기후재난에도 ‘작업중지권’ 쓸 수 없는 이동노동자들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이동노동자 85%가 최근 2년간 여름철 폭염 시 온열질환 및 건강 이상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96%는 집중 호우 시 안전 위협을 느꼈다. 기후재난이나 위험한 상황에서 회사로부터 어떤 안내도 받지 못한 비율은 45%로 절반에 가까웠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1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후재난 시기 이동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촉구 및 현장 노동자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80%는 기후재난으로 직업을 그만두거나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일하면서 위협을 느꼈지만 일을 중단하지 못한 이유는 ‘이후 누적될 물량이나 실적’(37.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수익 감소’(35.5%)가 뒤를 이었다.
이동노동자 68%는 이상 기후현상이 있을 때 작업중지권이 보장된다면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작업중지권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만 보장하고 있어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이동노동자는 작업중지권을 쓸 수 없다.
윤준형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9일 경북 경산 지역에서 쿠팡 택배 물건을 배달하던 한 여성 노동자가 돌아가셨다”며 “이번 경산 쿠팡 카플렉스 노동자 사망사고의 근본적 책임은 쿠팡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는지 관리해야 하는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김문성 배달플랫폼노조 북서울지부장은 “기후재난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계속해서 특별 프로모션을 뿌리면서 배달노동자를 일터로 유혹하고 있다”며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배달노동자들은 폭우 속에서 목숨을 건 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재난 상황에서 배달노동자 작업중지권은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전이 있어야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비스연맹은 지난 12~14일 택배노동자, 배달라이더,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설치수리 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1198명이 설문에 답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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