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박규희 "바이올린으론 부족한 바흐 기타로 채울게요"
"박규희만의 바흐 음악 들려줄 것…인디가수 강아솔과 협연도 기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바흐의 바이올린 연주곡에는 바이올린 한 대로는 넘기 힘든 구간이 몇군데 있어요. 같은 현악기이자 화성 악기인 기타가 그 빈틈을 메울 수 있을 겁니다."
16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컴퍼니 스튜디오에서 만난 클래식 기타 연주자 박규희(39)는 자부심이 남달랐다. 현대 오케스트라의 대표적 악기인 바이올린의 약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클래식 기타가 그 대체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달 4일 바흐 음악으로 자신의 9번째 정규 앨범은 낸 박규희는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며 앨범 발매 기념 연주회를 하고 있다. 오는 20일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열리는 마지막 공연을 준비 중인 박규희는 자신의 클래식 기타로 표현될 바흐에 완벽히 심취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바흐 음악을 즐겨 들었다는 박규희는 마흔살이 되면 바흐 음악으로 앨범을 내고 무대에도 서겠다는 막연한 계획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아이돌 음악을 듣다가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모든 게 다 잊히는 힘이 정말 큰 음악이라고 느껴졌다"면서 "그래서 바흐 음악을 많이 연습했지만, 무대에선 감정이 절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가 들고 침착해지면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바흐의 음악을 애써 미뤄왔던 박규희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박규희는 "코로나 기간 한국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많은 협연을 했는데 문득 기타리스트의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면서 "저처럼 바흐를 해석하는 연주자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앨범 발매와 공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집중하는 연주곡은 '바이올린 소나타 3번'과 '바이올린 파르디타 2번'이다. 두 곡 모두 바흐가 바이올린을 화성 악기처럼 편성해 작곡한 곡이다.
박규희는 '화성악의 교본'으로 불리는 두 곡을 바이올린이 아닌 클래식 기타가 더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바흐가 화성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두 곡을 클래식 기타가 꼭 집어서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특히 '바이올린 소나타 3번'과 '바이올린 파르디타 2번'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곡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비주류 악기에 속하는 클래식 기타지만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악기로 여겨진다. 박규희가 국내 공연보다는 유럽과 일본에서 더 비중 있게 활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 박규희에게도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는 "일본에는 기타 연주에 적합한 300∼400석 소규모 연주홀이 많고, 1960년대부터 활발히 활동한 1세대 기타리스트도 많아 성공적으로 대중화됐다"면서 "반면 한국에는 기타 연주에 적합한 공연장이 적어 좋은 공연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클래식 기타에 대한 한국 클래식 팬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어 미래가 밝다고 내다봤다. 박규희는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이 익숙한 악기에서 벗어나 관심을 넓히고 있고, 클래식 기타에 관심을 갖는 젊은 클래식 팬들도 늘고 있다"면서 "스페인과 남미 클래식 음악은 물론 유럽의 전통 클래식 음악 연주도 가능해 미래 가능성이 큰 악기"라고 강조했다.
박규희는 클래식 기타 대중화를 위해서 저변을 넓히는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다만 클래식 연주로도 충분히 그 가치와 매력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이기에 대중가요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도 꼭 함께 음반을 내고 공연하고 싶은 가수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앨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를 발매한 인디가수 강아솔이다.
박규희는 "강아솔은 목소리가 너무 아름답고 가사도 예뻐서 언젠가는 꼭 협연하고 싶었다"면서 "최근에 더 친해지게 되면서 같이 음반을 내보자고 얘기하게 됐고, 조만간 실현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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