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3중전회 개최날 “시진핑은 덩샤오핑 잇는 개혁가”[왜?]
지난 15일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개막과 함께 중국 관영매체에서 ‘개혁가 시진핑’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게재한 ‘개혁가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1만자 넘는 기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덩샤오핑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이은 탁월한 개혁가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16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가 시 주석을 ‘개혁가’로 부른 것은 처음이다.
신화통신은 덩 전 주석이 주도한 1978년 공산당 11기 3중전회와 시 주석 집권 1기 시절인 2013년 18기 3중전회가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개혁가 시진핑’의 면모에 관해 설명했다. 개혁개방으로 이룬 고도성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집권해 지금까지 시스템을 재편하는 새로운 개혁을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18기 3중전회에서는 ‘전면적 개혁 심화’가 슬로건으로 채택됐다.
신화통신은 아울러 시 주석의 개혁성향은 문화대혁명 영향으로 하방됐던 청소년기 시절에도 발현돼 농촌 현장에서 새로운 생산력의 발전을 추구했다고 전했다. 1953년생인 시 주석은 1967년부터 7년간 산시성 옌안 량자허의 농촌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중국 공산당이 도시 지식계층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 농민과 함께 지내도록 한 ‘상산하향운동’에 따른 것이다.
상산하향 운동은 모든 인민이 생산활동에 종사해야 한다는 이념을 내걸고 시작됐으나 196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이 과격해지자 사태 수습과 홍위병 징벌 차원으로도 진행됐다. 시 주석은 문혁 시절 청소년기를 보낸 ‘문혁 세대’이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 역시 광둥성 당 위원회 제1서기 시절 광둥성 개혁개방의 주요 창시자였다며 가문이 ‘개혁의 전통’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시 주석의 개혁의 목표는 “‘(중국) 문화의 자신감과 민족의 자부심을 확립한 새 시대의 중국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世)>는 15일 “자신감을 갖고 자립을 견지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자립’을 강조한 시 주석의 과거 발언을 소개했다.
기사에는 “발전경로는 각 나라 국민이 선택해야 하며 우리의 길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이다”(2013년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정신 연구 및 관철에 관한 세미나) “다른 나라의 정치 제도를 흉내 내면 개 대신 호랑이가 돼 나라의 미래와 운명을 망칠 수 있다”(2014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창립 60주년 연설), “우리는 반드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견지해야 한다”(2018년 개혁개방 40주년 기념대회 연설) 등의 발언이 소개돼 있다.
다른 나라의 정치 제도 도입, 특히 서구식 자유주의 개혁 요구를 경계하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는 주요 관영매체들이 모두 16일 머리기사로 보도했으며 포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관영매체의 ‘시 주석 띄우기’에는 이번 3중전회를 통해 당 지도부가 ‘개혁개방 시대 이후’의 경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과 고민도 엿보인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 ‘낮은 세금’,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중저가 제품 수출’, ‘부동산 판매 수익에 의존한 재정 조달 모델’ 등으로 빠른 성장을 달성했다.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불평등 심화와 내수경제 침체, 극심한 저출생 등을 겪으면서 이런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시 주석을 포함해 지도부가 어느 정도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전·현직 최고 지도부가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지난해 베이다이허 회의 자리에서 원로들이 나라가 혼란스럽다고 책망하자 시 주석은 “과거 세대(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가 남긴 문제가 모두 덮쳐왔다”라며 “10년 동안 열심히 했지만 문제가 끝나지를 않는다. 이게 나 때문이라는 거냐”하고 분노를 터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관영매체들이 ‘가문의 개혁 전통’을 거론하며 시 주석을 개혁가로, 시 주석 부친을 개혁개방 창시자로 규정하고 나선 건 전형적 개인숭배이자 우상화 작업으로 비친다는 시각도 있다. 개혁의 목표로 ‘중국특색’과 ‘중화민족’을 강조하는 것을 현재 ‘안보’ 우선 기조와 이어져 외국 자본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407141723001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407151136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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