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지운 ‘양성평등’ 서울시조례, 결국 공청회 없이 공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시가 성평등 기본조례에 담긴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양성평등'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공포한 가운데, 성별을 이분화한 '양성'이라는 용어로 회귀한 것을 두고 '성소수자 지우기', '퇴행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조례는 조례 명칭 자체를 '서울특별시 양성평등 기본조례'로 바꾸고, 각 조항에서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양성평등으로 변경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성평등 기본조례에 담긴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양성평등’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공포한 가운데, 성별을 이분화한 ‘양성’이라는 용어로 회귀한 것을 두고 ‘성소수자 지우기’, ‘퇴행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일부 보수·종교 단체들은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황유정 국민의힘 시의원이 지난 5월27일 발의한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지난달 25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15일 공포됐다. 해당 조례는 조례 명칭 자체를 ‘서울특별시 양성평등 기본조례'로 바꾸고, 각 조항에서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양성평등으로 변경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황 시의원은 “본 조례가 헌법에 명시된 ‘양성평등’ 이념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례임에도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정책 대상과 목적에 혼돈을 주고 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는 ‘양성평등기본법’을 바탕으로 남녀의 격차를 줄이고 있고 별개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행위 금지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다루고 있음에도 ‘성평등’으로 명시해 마치 두 가지 법이 모두 다 반영되어 있는 것 같은 혼선을 준다”고 밝혔다.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은 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용어를 조례에서부터 확산하는 건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인식과 함께 차별적인 행정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조례가 법의 명칭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도 없고, 조례나 법은 특정 존재를 지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이들이 없는지 살피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조례에서부터 성소수자를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난해 대구시가 대구 퀴어문화축제를 해산시키기 위해 행정대집행이라는 국가 폭력을 저지른 것처럼 서울시에서도 차별 행정이 강화될까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례 개정 취지로 내세운 근거 또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이 조례는 성평등 촉진을 위해 위원회를 만들고, 예산을 지원하고, 정책을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다루니 필요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성평등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건 아예 다른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황 시의원이 개정 취지에 “서구 주요국들도 양성평등 정책 구현은 양성평등법으로,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 문제는 차별금지법으로 구분을 명확히 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한채윤 활동가는 “양성은 (생물학적 성을) 한자로 번역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처음부터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사회학적 성을 의미하는 ‘젠더’를 쓴다”고 했다.
해당 조례는 쟁점이 많거나 이해관계가 상충될 가능성이 많은 경우 개최할 수 있는 공청회를 생략했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이에 진보당 인권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논평을 내어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성평등 기본조례’를 ‘서울시 양성평등 기본조례’로 개악하려고 하고 있다. 심지어 최소한의 절차인 공청회조차 없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비슷한 조례 변경이 서울시를 넘어 지자체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앞서 경기도의회에서도 지난해 1월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꾸는 조례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개정 작업은 멈춘 상태다. 한채윤 활동가는 “서울시를 시작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나 법의 용어까지 퇴행적으로 바뀔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꼬이는 ‘명품백’ 방어…“돌려주라 했다”면 “국고 횡령”
- ‘백종원 선생님’ 말씀과 100만 폐업자 [아침햇발]
- ‘강화된’ 노란봉투법, 환노위 법안소위 통과…국힘 불참
- MBC 세월호 유족 혐오 보도…“이진숙 보도본부장이 책임자”
- 추경호 “이재명 발언 ‘치고 빠지기’ 안 돼…종부세·금투세 논의 시작하자”
- 초복에 오리 먹은 뒤 중태…“주민 3명, 농약 성분 검출”
- 쿠팡 27살 직원 과로사…“골프 쳐도 그만큼 걸어” 이게 할 소린가
- 아이돌봄 필리핀 노동자에 ‘동거가족 가사노동’도 하라?
- “KTX 운임, 최소 10% 올려야”…요금 인상 군불 때는 코레일
- 성소수자 지운 ‘양성평등’ 서울시조례, 결국 공청회 없이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