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쏟아져도 맨홀 관리는 `낙제점`…보행자 안전 `빨간불`

이영민 2024. 7. 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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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지역 추락방지시설 보급률↓
16일 밤부터 중부지역에 최대 250㎜ 폭우
"안전시설 확충하고 보행자 안내 늘려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김한영 수습기자] 17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집중호우가 예보돼 맨홀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재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어난 빗물에 의해 맨홀이 열리고 있지만 보행자를 보호할 안전장치는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한 맨홀에서 빗물이 역류하고 있다. (사진=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쏟아지는 폭우에 맨홀 신고 잇따라

16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9일 대전 대덕구와 서구에서는 맨홀이 열려 빗물이 역류한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지난달 30일 울산 남구에서도 도로 맨홀이 불안정하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관들이 안전 조치에 나섰다. 장마철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맨홀 신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 맨홀사고 위험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 2014년 우수관거(빗물을 수집하거나 내보내기 위해 설치한 관로) 역류에 따른 침수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통해 맨홀 이탈의 위험을 경고했다. 해당 실험에서 강남역을 기준으로 시간당 50㎜가량의 비가 내릴 때 맨홀 뚜껑은 41초 만에 열렸다. 시간당 20㎜ 정도의 비가 내릴 때도 맨홀은 4분 뒤 개방됐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집중호우로 인한 맨홀 역류는 순간적으로 빠르게 진행돼 보행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시간당 30㎜ 이상 비가 내릴 때는 남녀노소 열린 맨홀에 의해 넘어지거나 다치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22년 8월 8일 서울 강남역에서는 시간당 100㎜ 이상 비가 내리면서 하수도가 역류했고 그 압력으로 개방된 맨홀에 50대 누나와 40대 남동생이 빠져 숨진 바 있다. 이 당시 서울 관악구에서 물난리를 겪은 구모(67)씨는 “침수를 경험해서 아무래도 맨홀이 걱정된다”며 “맨홀 주변은 피해 다닌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송모(62)씨는 “맨홀사고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수영을 못해서 빨려 들어갈까 무섭다”며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올 때는 흙탕물에 잠긴 맨홀이 안 보일 수 있어서 더 조심스럽다”고 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관악구 도림천 인근 상습침수구역 주택가 맨홀에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추락방지시설 갖춘 맨홀, 5.9%에 불과…“안전설비 확충해야”

올해도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지만 보행자를 위한 안전시설은 찾기 어렵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받은 ‘전국 지자체별 맨홀 추락방지시설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체 344만 2151개 맨홀 중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된 맨홀은 20만 3065개에 불과했다. 100개 중 5.9개만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된 셈이다. 지난주 침수 등 비 피해가 컸던 전북 지역의 설치율은 1.5%(21만 8679개 중 3376개)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충남(6.2%)과 전남(9.8%), 경북(3.8%)과 경남(5%)도 설치율은 10% 미만이었다. 서울도 전체 맨홀 중 8%만 보행자의 추락을 막을 안전장치가 있었다.

문제는 또 다시 강한 비가 쏟아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기상청 예보 브리핑에서 “16일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에 의해 이튿날 새벽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정체전선이 활성화되고, 18일 오전까지 집중호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간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는 80~120㎜의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지역은 150㎜까지 강수량이 늘어날 수 있고, 경기 북부지역은 250㎜ 이상 강수량이 예상된다. 나머지 지역의 예상 강수량은 △강원 내륙·산지 50~100㎜(많은 곳 150㎜ 이상) △충청권 30~100㎜(충남·충북 북부 많은 곳 120㎜ 이상)△전라권 30~80㎜ △경상권 30~80㎜(대구·경북 남부·울릉도·독도 10~40㎜) △제주 5㎜이다.

이에 대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마다 (맨홀) 추락방지 장치를 보급하겠다고 했지만 설치가 시급한 지역도 예산 부족 탓에 설치율이 매우 낮다”며 “장마 뒤에는 태풍이 오고 맨홀에 빠져 숨진 사례도 있으니 추가 피해가 없도록 안전설비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장은 보행자가 맨홀을 피할 수 있게 안전 표지판을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빗물에 의해 맨홀이 열리지 않도록 지하 관로의 배수 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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