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에 붕대 감고 주먹 불끈···지지자들 “싸우자” 열광[현장]

김유진 기자 2024. 7. 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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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이틀 만에 전대서 모습 드러내
살아 돌아온 ‘영웅’과 같은 환호받아
세 번째 대선 도전…18일 수락 연설
피격 이틀 만인 15일(현지시간) 귀에 붕대를 감은 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싸우자(Fight), 싸우자, 싸우자!”

오른쪽 귀에 사각붕대를 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대형 화면에 비쳤다. 곧바로 공화당원 수천명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이틀 만인 1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9시쯤 등장한 그는 마치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영웅’과 같은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가수 리 그린우드가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부르는 가운데 그가 행사장에 입장하는 동안 공화당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다소 상기된 표정을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따금 주먹을 들어 보였다.

웨스트버지니아주 공화당 당직자인 브라이스 헬믹은 “죽음 근처까지 갔던 트럼프가 강인함을 보여주며 눈앞에 나타나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에 지명한 J D 밴스 상원의원 옆자리에 앉을 때까지 지지자들은 피격 직후 그가 주먹을 치켜들며 한 “싸우자”라는 구호와 “유에스에이(미국)”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를 연호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15일(현지시간)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에 붕대를 감은 채 등장해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당대회 첫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의원 2400여명의 호명투표를 거쳐 당 대선 후보로 최종 지명됐다.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대선 도전을 공식화한 그는 18일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선다.

부통령 후보로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오하이오주 출신인 39세의 ‘정치 신인’ 밴스 의원이 낙점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층의 정서를 비판적으로 묘사한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로 명성을 얻은 그는 2년 전 정치에 입문한 뒤 ‘친트럼프’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도층이나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대신 강경파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결정한 것은 피격 이후 대선 승리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경합주 표심을 집중 공략하려는 승부수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 의원이 선거운동 기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 등의 미국 노동자들과 농민들”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신과 이념·정책 등 지향성이 닮은 밴스 의원을 지명해 당 장악력을 더욱 높이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밴스를 극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후계자로 지명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텍사스주 대의원인 70대 조는 “싱글맘 가정에서 자라난 밴스는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강한 청년인 그가 트럼프와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 등장해 환호를 받고 있다. 옆에는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상원의원.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국방문서 등 기밀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각하 판결을 받는 등 사법리스크도 일부 해소하며 대선 가도에서 더욱 상승세를 타게 됐다. 피격 이후 연설문을 수정했다고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와 회동하는 등 ‘통합’ 행보도 꾀했다. 전당대회 연사도 여성, 노조, 유색인 등이 전면에 나서는 등 ‘다양한’ 공화당의 모습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하지만 전당대회의 실상은 결국 ‘트럼프의 당’으로 완성된 공화당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연사들은 암살 시도에서 생환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미국의 사자가 자기 발로 일어나 포효했다”(팀 스콧 상원의원) 등 낯뜨거운 칭송을 보냈다.

공화당은 외교·경제·이민 등 각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전면에 내세운 정강·정책도 채택했다. 동맹의 방위 투자 의무 명시,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관세 부과 등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공약의 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화당의 전통적 노선을 상징하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켄터키주 대의원 투표에 나섰을 때 야유를 받기도 했다.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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