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연기 잘하는 김하늘·정지훈도 요령부득, 고개 갸웃해진 '화인가 스캔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7. 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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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디즈니 플러스가 제작하는 드라마들 중에는 왜 굳이 그걸 했을까 싶은 것들이 있다.

<화인가 스캔들> 이 그런 드라마다.

이른바 K드라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드라마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 <화인가 스캔들> 은 마치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놓은 것 같은 이상한 드라마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인물의 욕망이 분명히 드러나야 그 행동에 개연성이 생길 텐데, <화인가 스캔들> 은 이 연결고리가 너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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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뻔한 ‘화인가 스캔들’, 정지훈과 김하늘은 왜?
‘화인가 스캔들’, 디즈니 플러스는 왜 굳이 이런 드라마를 제작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가끔 디즈니 플러스가 제작하는 드라마들 중에는 왜 굳이 그걸 했을까 싶은 것들이 있다. <화인가 스캔들>이 그런 드라마다. 이른바 K드라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드라마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 <화인가 스캔들>은 마치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놓은 것 같은 이상한 드라마다. 이런 진부하고 뻔한 기획이 어떻게 제작까지 이어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재벌그룹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도 그렇고, 가난했지만 골프로 성공해 화인가 며느리로 입성한 오완수(김하늘)와 그의 경호원 서도윤(정지훈)의 선을 넘는 러브 라인, 오완수의 남편 김용국(정겨운)과 장태라(기은세)의 불륜, 화인가를 쥐락펴락하며 제 뜻대로 주무르려는 박미란(서이숙) 회장이 저지르는 기행, 친구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화인가에 들어온 서도윤의 사건 추적 등등. 뭐 하나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찾아내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인물의 욕망이 분명히 드러나야 그 행동에 개연성이 생길 텐데, <화인가 스캔들>은 이 연결고리가 너무 약하다. 먼저 오완수가 왜 그렇게 나우재단에 집착하는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오완수는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지만 사실상 화인가의 비자금 돈 세탁을 해오던 나우재단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려 한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부재하다.

오완수는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살아가는데, 그 이유 또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남편의 불륜 상대인 장태라의 도발에도 너는 내게 아무 것도 빼앗아갈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왜 이혼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이 드라마는 오완수라는 인물이 가진 욕망을 중심으로 풀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 욕망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그저 클리셰로 처리되어 있어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

이것은 서도윤이라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찰청장의 지시로 대기업들의 비자금 수사를 은밀히 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친구가 살해당하자 그 사건을 추적하는 인물이다. 그가 화인가에 들어와 오완수를 경호하며 친구를 살해한 범인을 찾으려 하는데 그 전개 과정이 너무 허술하고 뻔한 액션들로 채워져 있다.

이처럼 인물들이 가진 욕망과 내적 동기가 시청자들에게 납득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들은 마치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위해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느낌을 준다. 오완수와 서도윤의 선을 넘는 멜로 라인도 그렇고, 박미란의 기행에 가까운 행동들도 그러하며, 장태라와 내연관계이면서도 오완수를 아내로서 놓치지 않으려하는 김용국의 이율배반적인 행동도 그렇다.

연출 또한 옛날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슬로우 모션들이 뜬금없이 등장하는데, 그건 드라마의 내용과 상관없이 그저 있어 보이는 장면들을 채워 넣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대본은 물론이고 연출까지 떨어지는 완성도는 제아무리 연기 잘하는 김하늘이나 정지훈에게도 요령부득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들이 해왔던 연기조차 무색해지는 이 드라마를 왜 이들이 선택했는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무엇보다 디즈니 플러스가 이런 뻔한 클리셰 범벅의 드라마에 제작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무빙> 같은 좋은 작품으로 오리지널 드라마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디즈니 플러스가 아니었던가. 작품 선별에 있어서 이런 드라마 한편이 만들어내는 실망감은 OTT 채널에 대한 신뢰감 자체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걸 정녕 몰랐던 것일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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