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정도전부터 김대중까지…'시대를 깨운' 韓사상가 집대성
2026년까지 조선-한국 59인 사상선집 순차 출간
쇼펜하우어, 니체, 소크라테스 등 서구 철학·사상가들 책이 21세기 한국인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전통·현대 사상을 집약한 사상선집이 공개됐다.
출판사 창비는 16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한국의 대표 사상가 59인을 다루는 '창비 한국사상선' 시리즈를 올해부터 3년간 선보인다고 밝혔다. 중화문명도 이루지 못한 성리학과 유자의 나라를 정치이념으로 승화시켜 조선을 건국하고 실천하게 한 정도전부터 21세기 현대 정치사에 세계사적인 영향을 끼친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다.
이번 사상선집은 이날 먼저 공개한 10권(종)을 비롯해 올해부터 3년간 총 30권을 선보인다. 계간지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백민정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등 10명의 간행위원과 편저자가 참여한다.
시리즈 첫 권인 '정도전' 편의 편저자로 참여한 이익주 교수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경제문감(經濟文鑑)' 등 정도전의 핵심 저작 3종을 처음 완역했다. 정도전이 이루고자 했던 이상국가의 근간인 위민·민본의 조선 통치철학과 이상향에 그치지 않고 실천해낸 '책임정치'의 씨앗을 뿌린 혁명가로서 조명한다.
이 교수는 단순히 특정 기록물을 통해 인물의 사상을 들여다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고려 멸망 1년 전 공양왕(재위 1389~1392)에게 올린 2편의 상소문과 조선 건국 이후 경복궁 궁궐과 전각 명칭에 새겨진 의미를 통해 그의 통치철학을 들여다 본다. 이 교수는 인물 정도전의 사상적 토대가 된 젊은 시절 정몽주와 주고받은 편지글, 유배지에서 지은 글들을 더해 정도전의 사상적 인물됨을 보다 다각적으로 살피고자 했다.
7월 중 발간하는 1차분 10종에는 유교 문명국 조선 수립이라는 사회적 변혁을 이끈 정도전을 필두로 세종, 김시습, 이황, 정조를 거쳐 개벽사상사 최제우, 박중빈과 혁명가 김옥균, 안창호까지 한국 대표 사상가 20명의 삶과 사유를 선보인다.
창비 측은 그간 '사상가' 범주에서 제외돼 온 군주, 여성, 문인, 정치인, 종교 지도자까지 망라해 우리 사상사의 새로운 '정전'(正傳)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간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명예교수는 '오늘날 한국 사상을 왜 주목해야 하는가'에 자문을 던지며 "한국 문학과 문화가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사상에 대해 한국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고, 세계사적으로도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교수도 "국내 독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니체, 쇼펜하우어, 칸트 등 유럽 서구 사상가들 이상으로 K-문화가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우리 고유의 역사적·전통적 사상은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동아시아 격변기인 14세기 몽골제국 등장 이후 정도전부터 19세기 구한말 동아시아, 21세기 현대사적 사건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창비 측은 문명적 대전환에 기여할 사상으로서, 대항논리에 그치지 않는 대안담론으로서 한국사상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 사상선집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편저자로 참여해 수록인물 핵심저작을 선별하고 접근성 편의를 위해 현대적으로 번역 수록한 것도 특징이다. 각 권 '서문'마다 그 사상을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해설을 담아내 읽는 이로 하여금 접근성을 높였다.
창비는 1차분 10권을 낸 뒤 내년 조광조·유성룡·김구·홍명희·나혜석 등을 다룬 2차분을 내놓는다. 창립 60주년을 맞는 2026년에는 박지원·임윤지당·정약용·함석헌·신동엽·김대중 등을 다룬 3차분까지 총 30권으로 마무리된다.
창비와 간행위원회는 "한국 사상가들의 사유에는 역사와 현실을 탐문하며 새로운 삶의 보편적 전망을 구현하려 한 강인한 실천성은 물론 사회를 변혁하는 일과 개개인의 마음을 닦는 일이 진리를 향한 단일한 도정에 있다는 깨달음으로 깊이 새겨져 있다"면서 "한반도의 경험과 지혜가 응축된 창비 한국사상선이 문명전환의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의미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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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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