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첫 직장 잡기까지 꼬박 1년 ‘역대 최장’···절반은 월급 200만원 이하
시간제 일자리 비중 23.4% 최고치
서울지역 대학생 이모씨(26)는 거의 2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영어·일본어 자격증을 따고, 3개월간 기업 인턴활동을 했다. 정부의 취업지원프로그램도 수료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여 차례 입사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대학 졸업 유예기간은 점차 길어졌다. 이씨는 “기껏해야 한 자릿수로 사원을 뽑는 시험에 수험번호 끝자리가 600~700번에 달할 때면 취업의 벽이 높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졸업 후 첫 직장을 잡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1.5개월로 조사돼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10명 중 1명은 취업까지 3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좁아진 취업 문, 열악한 노동환경 등으로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비율도 늘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일반 기업 준비생 비중보다 낮아졌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 올해 전체 청년층(15~29세) 인구는 817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24만3000명 감소했다.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3%로 1년 새 0.2%포인트 줄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체 청년계층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 비율을 말한다. 청년 취업자(383만2000명)는 1년 전보다 17만3000명 줄어든 반면, 실업자(27만6000명)는 1년 전보다 2만8000명 늘었다. 이에 고용률도 46.9%로 전년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취업 문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11.5개월로 1년 전보다 1.1개월 늘었다.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최장 기간이다. 대졸 이상 구직자는 첫 취업까지 8.3개월이 걸려 전년 대비 0.1개월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고졸 이하에서는 1년5.6개월이 걸려 전년 대비 2.8개월 더 소요됐다. 학력에 따른 취업 문턱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취업을 하는데 3년 이상 걸린 경우도 9.7%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늘었다. 대학을 졸업하는 데 걸린 기간도 4년3.8개월로 전년 대비 0.5개월 늘며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좁아진 취업 문에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경우도 늘어났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406만6000명)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56만5000명으로 1년 새 6만9000명 줄었다. 비경제활동인구 대비 비율도 전년 대비 1.3%포인트 떨어진 13.9%였는데, 2021년(19.1%) 이후 3년째 감소세다. 3년 이상 미취업 상태인 청년층은 23만8000명(18.5%)으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늘었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미취업 활동에는 여가활동·진학 등이 포함되는데 10대와 20대 초반에서 진학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직장으로 몰리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23.4%로 전년 대비 2.0%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첫 직장에서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경우는 59.8%였다. 100만원 이하 월급을 받는 경우는 13.7%로 전년 대비 0.7% 늘었다.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취업 시험 준비분야에서는 일반기업체 준비생 수가 공무원 준비생 수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공무원 준비생 비율은 1년 전보다 6.1%포인트 낮아진 23.2%인 반면, 일반기업체는 1년 새 2.4%포인트 오른 29.7%였다. 공무원 준비생 비율은 2006년 40.7%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후 쭉 1위를 해왔는데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2위로 밀려났다. 최근 공무원의 낮은 임금과 악성 민원 등 열악한 처우가 부각된 것이 준비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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