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감지·난이도 조절·NPC까지… 게임 속 무궁무진한 AI 활용법

김영욱 2024. 7. 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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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패턴 분석하며 '게임 밸런싱'
퀘스트 기획·더빙·원화 등 활용
예측 어려운 AI적군과 심리전도
픽사베이 제공

국내 게임사들이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인공지능(AI) 무기를 하나둘 공개하고 있다. AI를 게임 콘텐츠에 녹여넣는 동시에 수많은 개발자가 오래 투입돼야 하는 게임 개발 작업에 AI를 접목해 제작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게임사들은 챗GPT가 등장하기 전부터 게임과 AI의 결합을 준비해왔다. 생성형 AI 붐보다 한발 앞섰던 기업들이 주로 주목한 것은 AI를 활용한 이용자 환경 개선이었다.

예를 들어 넥슨은 불법 프로그램을 잡는 데 AI를 활용했다. 넥슨의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스'가 개발한 솔루션 '게임스케일' 기능 중 '탐지·보안 패키지'는 게임과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게임 속 이상 현상, 작업장, 불법 프로그램 사용 등을 분류해 낸다. 국민게임 '서든어택'에서는 월핵 탐지에 쓰였다. 월핵은 이용자가 벽을 뚫고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이다. 다른 게임사들도 게임 지속성을 헤치는 요소를 판별해 내는데 AI를 활용한다. 과거에는 게임 출시 후 전 직원이 달려들어 불법 프로그램 적발을 위해 밤을 샜지만 이제 AI가 24시간 감시한다.

언어장벽 극복과 난이도 조절에도 AI가 실력을 발휘한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리니지W를 한국, 일본, 대만 등에 동시 출시하면서 다국가 이용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AI를 실시간 번역에 활용했다. 2022년 12월 넥슨이 서비스를 시작한 '더 파이널스'는 게임 속 아나운서 목소리를 합성해 만들어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AI를 가장 많이 쓰는 영역은 '게임 밸런싱'이다. 게임사들이 보유한 데이터와 게임 출시 전 테스트를 통해 수집한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플레이어를 만들어내고, AI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토대로 게임 콘텐츠의 밸런스를 가다듬는다.

대표적으로 넷마블은 2018년 7월 출시한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부터 AI 플레이어를 활용하고 있다. 인기 콘텐츠 'AI 대전'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강화학습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반복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서 이용자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지난 4월 출시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도 세력 간 밸런스를 잡기 위해 AI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들은 'AI NPC'도 개발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게임의 한계로 지적되는 천편일률적인 대답, 획일화된 게임 경험을 뛰어넘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작년 여름 출시한 가상현실(VR)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는 적군을 AI로 구현했다. 이용자가 조준하면 적이 조준됐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숨는 등 심리전을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적군의 대응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전략을 짜는 재미를 더했다.

엔씨소프트는 서비스 중인 '리니지 리마스터'에 AI를 적용한 콘텐츠 '거울전쟁', 'AI 용병 시스템'을 2022년, 2023년에 걸쳐 선보였다. '거울전쟁'은 다양한 클래스로 구성된 AI 혈맹이 이용자를 찾아 전투를 벌이고 보스를 공략하며 다이나믹한 즐거움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임과 AI의 접점은 챗GPT 등장 이후 더욱 넓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은 고퀄리티 게임 캐릭터를 주로 AI로 그려냈다. 국내 게임사들도 게임 원화 제작에 AI를 일부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AI 게임은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가 선보인 '마법소녀 루루핑'과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다. 특히,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탐정이 된 이용자가 단서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로봇에게 질문하면 오픈AI의 'GPT-4o'를 기반으로 답을 준다. AI 답변의 문제로 지적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도 게임 콘텐츠로 담아냈다.

콘텐츠와의 결합 외에 게임 제작에도 AI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글로벌 게임엔진 1위 기업 유니티는 AI 서비스 '유니티 뮤즈'를 작년에 정식 출시하기에 앞서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공개했는데 국내 개발자들이 대거 몰렸다. 국내 게임업계의 AI 관심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바로크'를 기반으로 한 '바로크 스튜디오'를 활용하고 있다. 바로크 스튜디오는 올해 1월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오픈됐다. 엔씨 개발자들은 바로크 스튜디오 내 아트, 텍스트, 오디오, 그래픽, 아바타 등을 다각도로 활용해 보면서 후기와 활용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내년부터 공개될 신작들은 제작 과정에 AI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사들이 개발 과정에 AI를 접목하는 것은 누구나 숙련자처럼 개발할 수 있도록 평균 개발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렐루게임즈에 따르면 게임 원화를 만들어보지 않았던 프로그래머가 AI를 활용한 결과 3개월만에 숙련자와 유사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놨다. 3명이 3년 만에 만들 게임을 AI를 써서 6개월 만에 완성할 수 있다.

한 게임업계 종사자는 "AI는 다양한 쓰임새가 있는데 , 특히 제작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은 '시나리오'나 퀘스트 제작"이라며 "특히 퀘스트는 기획 단계에서 안내하는 문구를 어떻게 만들지 단어 단위로 매우 세밀하게 고민해야 했는데 AI가 유용한 도구가 돼 준다"고 밝혔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는 "AI가 시나리오의 기승전결을 만들어내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아직 인간의 감성까지 담아내진 못한다"면서도 "시나리오에 필요한 인문학적, 과학적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집할 때 쓰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면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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