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약값과 비교? 제약업계 '노심초사'
"오리지널 철수·품질 저하·R&D 위축 등 우려"
정부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해외 8개국의 의약품 가격 비교를 통해 국내 의약품 약가 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제약바이오산업 대표 단체들과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 10차 회의를 끝으로 협의를 종료했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 8개국의 조정평균가(최고가·최저가 제외)를 기준으로 국내 유통되는 의약품의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다.
약가 재평가 대상 의약품은 단독등재나 특허만료되지 않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외한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된 전체 의약품이다. 이 중 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저가퇴장방지 의약품, 희귀의약품, 기초수액제 등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국내서 철수하는 오리지널 의약품
정부가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를 추진하면서 업계에서는 여러 불만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제도 이름만 봤을 때는 다른 국가들의 약가와 비교해 국내 의약품의 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취지같지만 사실상 건강재정 절감을 위한 제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는 지난해 4월 특허만료 이후 다수 제네릭 출시와 약가인하 여파로 올해까지만 국내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로슈의 파킨슨병 치료제 '마도파정'도 지난 2021년 국산 제네릭의 등장으로 약가인하가 결정되면서 1년 뒤인 2022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마도파의 경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파킨슨병 환자가 제네릭 부작용 이슈로 마도파정의 재공급 대책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제약시장에서 한국 시장 비중은 1~2%에 불과한데 시장 규모가 큰 해외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도 약가인하로 채산성이 감소하면 굳이 국내에 공급할 이유가 없어 국내 시장을 떠나게 되고 결국 제네릭들만 남을 것"이라고 했다.
"약가인상 고려한 균형있는 방식 채택해야"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서 외국 약가가 국내 약가보다 더 높을 경우 약가인상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국내에는 다수의 약가인하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또 다른 약가인하 제도 도입은 과도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현재 국내 약가인하 제도로는 사용량-약가연동, 실거래가 약가인하,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이 시행되고 있다.
사용량-약가연동제는 정부와 제약사가 합의했던 연간 예상 청구금액을 초과할 경우 다음해에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실거래가 약가인하는 요양기관이 실제 구입한 의약품 거래가격이 급여 상한금액(보험약가)보다 낮을 경우 10% 이내에서 약가를 인하한다. 또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약제를 주기적으로 선정·재평가해 급여 폭을 축소 또는 퇴출시키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약가인하로 기업의 R&D 투자 축소, 고용 부정적적 영향, 신약 코리아패싱 등이 우려된다"며 "재평가의 목적이 국내 약가를 외국 약가와 비교해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이라면 약가인상을 고려하는 균형 있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품질 저하 우려도
이와 함께 낮아지는 약가로 의약품 품질이 저하되거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제약사 입장에서 약가인하로 수익이 감소하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제약사들이 가장 흔히 생산단가를 낮추는 방법이 바로 원료의약품이다.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는 원료의약품은 낮은 인건비 등으로 국산 원료의약품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중국·인도산 원료의약품에서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되는 등 품질과 안전성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또 코로나 당시 물류 공급망이 막히기도 했다. 이에 원료의약품의 자급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지난해 국산 원료의약품 비중은 9.9%로 지난 2022년 12.8%보다 더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신약 개발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약가인하로 낮아진 수익성에 제약사들의 R&D 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면서 "결국 약가가 낮아지면 수익성 유지를 위해 비용 절감을 하다보면 의약품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I 호황에 변압기 슈퍼사이클…'전력 3대장' 선제대응 나선다
- 체코 원전 우협 발표 7일 앞으로…'15년 만에 수출 이루나'
- CJ제일제당도 못 살렸다…확 식어버린 '밀키트' 시장
- [공모주달력]'아이빔테크놀로지·티디에스팜' 수요예측…'산일전기' 청약 시작
- '500조 시장 정조준'…기체사업 도약 나선 KAI의 필승 전략은
- 잠실진주·미성크로바, 분양 채비…어디까지 왔나
- IPO 앞둔 케이뱅크, 가계대출 규제 복병 될까
- 비만약 주목받은 삼천당제약, 주가는 뛰었는데…
- '타이밍이 예술'…기회 놓치지 않은 컴투스
- 갤럭시Z 폴드6·플립6 내일부터 예약…어디가 유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