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폭력적인 보도본부 이관, 14년 전 실패의 역사" [종합]

김소연 2024. 7. 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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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추적60분' 제작진이 사측의 보도본부 이관 시도에 강력하게 반발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진행된 KBS 1TV '추적60분' 긴급 기자회견에 현재 연출자인 김민회 PD, KBS PD협회 시사교양 부문 김은곤 부회장, 2010년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 당시 담당 연출자였던 강윤기 PD 등이 참석해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이들 제작진은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행위"라며 비판하며 "14년 강윤기 전 실패의 역사가 있는데, 왜 번복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추적60분'은 1983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최초의 탐사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등 우리 사회 문제점들을 취재 방송했고,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이 KBS를 대표하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으로 꼽혀왔다. 영생교 계보와 실체를 파헤친 '충격 해부 죽음의 영생교' 편(1995년 3월 12일), 아시아 최대 규모 미군 폭격 훈련 실체를 알린 '매향리에도 봄은 오는가' 편(2000년 3월 23일)을 포함해 미전향 장기수 문제, 세월호 침몰,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을 보도해 왔다.

최근에도 '마약을 처방해드립니다', 'N번방의 비극', ''쉬었음' 청년 70만, 전 낙오자인가요' 등의 방송이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KBS 조직개편안에서 '추적60분'이 보도본부로 부서를 이동하게 돼 논란에 휩싸였다. '추적60분'은 앞서 이명박 정권 당시 김인규 사장이 있던 시절인 2010년 보도본부로 약 3년간 이관된 적이 있다. 당시 '추적60분'에서 방송이 예정됐던 '4대강 사업' 편이 두차례 연기되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추적60분'이 다시 보도본부로 부서가 이동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작진은 "4년 전처럼 보도본부로 이관해 시사교양 PD들의 입을 틀어막겠다"고 반발하며 "공영방송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민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을 공론장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민회 PD는 "비정상의 총집합"이라며 개편 과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민회 PD는 "개편 과정에서 실무자와 데스크급들도 의견 청취는 물론 결정 과정에 어떤 의견도 개진하지 못했다"며 "그 과정에서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사교양프로그램,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유산을 뺏기기 일보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설명은 '기자가 만들든, PD가 만들든 우리가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은 보도시사본부로 간다'는 거였다"며 "회사는 PD들이 작은 논쟁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극심한 피로를 주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PD들의 제작 기회, 시청자 알권리를 박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한 번에 빼앗는 조치"라며 "형식적으로는 이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해체다. 우리는 이관을 반대한다. 회사가 어떤 의도, 목적을 가졌는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윤기 PD는 "'추적60분' 배정받아 1년쯤 됐을 때 보도본부 이관이 추진됐다"며 "(지금의 이관 진행 과정들이) 14년 전 일들과 너무 똑같아 소름 끼치고 트라우마가 온다. 그때도 '데일리시사', '시사투나잇', '시사360'이라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무도하고 강제적인 방법으로 폐지됐는데, 이번에도 '더라이브' 등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 시사교양PD를 없애고, 기자와 합쳐 '방송저널리스트'라는 세계에 어디에도 없는 직종을 만들었다"며 "당시에는 정치권에서 'PD수첩'이나 '추적60분' 같은 프로그램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때 일들이 또다시 일어나는 게 우연의 일치는 아닌 거 같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기자와 PD의 장점, 성장 과정이 분명히 다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직종이 다른다"며 "자는 데일리 중심, 우리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훈련받는다. 그런데 이관되자마자 업무 방식이 강제적으로 변화됐고, 원고를 먼저 쓰고 취재하라고 하면서 사실상 검열당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아이템, 자본 권력의 문제점을 얘기하면 어김없이 빨간펜으로 수정받았다"고 폭로했다.

/사진=KBS


2010년 8월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막말 동영상'을 입수하고도 당시 시사제작국장의 반대로 방송이 되지 않은 점, 같은 해 11월 천안함 사건이 제작진과 데스크 갈등 끝에 겨우 방송되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편이 두차례 연기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초 단위 검열도 언급했다.

강 PD는 "4대강 찬반 인터뷰를 초 단위까지 셌다. 2초 더 많은 것을 보며 '불공정하다'고 정확히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그렇게 예민한 아이템은 수시로 결방, 연기됐다. 이런 문제에 항의하는 언쟁과 논쟁, 말싸움으로 청경이 출동하고 여러 번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이 징계받았다. 사유는 '업무지시 불이행'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역사를 통해 배운다고 하는데, 어떻게 처절한 실패였던 14년 전 역사를 답습하려 하는지 답답하고 분노가 생긴다"며 "서로 힘 빼지 말고 보도본부 이관은 그만두시고, 시사교양국을 '시사'를 빼고 '교양센터'로 격하하려는 시도를 그만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12년 입사한 김민회 PD, 2022년 입사한 김은곤 PD는 모두 "방송저널리스트로 입사해 보도국에서 기자들과 함께 근무했다"며 "짧은 기간 일했지만, 하는 업무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회 PD는 그러면서 "그동안 계속 다른 길을 걸어왔던 두 직종이 만나 과연 시너지가 날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우려를 보내는데, 회사에서는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몰아붙이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김은곤 PD는 "'추적60분'이 이관된다는 내용 외에 개별 PD들의 이동은 확정된 부분이 없다"며 "해당 내용이 공유된 후 긴급 총회를 열고, 국장단이 함께 참석했다"며 "세월호도, '역사저널 그날' 사태도 그렇고, 싸운다고 싸웠지만 막아내지 못했다. 이번엔 강하게 책임을 묻고자 했다. 이걸 막지 못했을 때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했고, 일부 국장단이 사퇴한다는 뜻까지 밝혔다. 팀장단 역시 보직 사퇴 의사를 드러냈다"면서 앞으로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언론노조KBS본부 역시 "저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사측은 내일 임시 이사회에서 첫 설명회를 갖고, 의결까지 목표로 한다고 하더라"며 "이사회 전에 피케팅 투쟁을 하면서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절차적 문제와 근본적인 콘텐츠 조직에 대한 이해가 없는 개편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려고 한다. 이사회도 명확히 인지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첫 이사회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정기이사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게 사측의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저희 역시 결단코 그냥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고, 프로그램을 망치고, 우리들의 입을 틀어막는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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