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계열사의 ‘토사구팽’?···업계 불문률 깨고 경쟁사 '이직 권고' [강홍민의 끝까지 간다]

2024. 7. 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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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한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20년 초 중국 우시공장으로 이설작업
청주 M8공장서 근무하던 수백여명 직원들 코로나19 당시 중국으로 파견
일부 임직원들 “중국서 복귀하면 하이닉스로 전적 시켜주겠다”들어
하이닉스 측 “파견 당시, 지금도 전적 계획 없어”
파견 기간 중 시스템아이씨 경영진들 ‘본체(하이닉스)’로 이동 고려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이하 시스템아이씨)’가 코로나19 당시 장비 이설 등으로 중국 파견을 보낸 직원들의 거취문제로 논란을 겪고 있다. 

시스템아이씨는 지난달 중국 우시(無錫·중국 장쑤성 남부에 있는 도시)법인의 지분 절반가량을 매각한다는 발표와 함께 우시법인 하에 한국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현지화를 마친 우시 공장은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에 집중하고, 국내법인에서는 고객사 관리 및 R&D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에 4년 여 간 중국 우시로 파견 나간 시스템아이씨의 수백여명 직원들은 오갈데가 없어진 상황이다. 시스템아이씨의 일부 임직원들은 중국 파견 당시 국내로 복귀하면 모회사인 SK하이닉스로 이동을 시켜주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SK하이닉스로 적을 옮겨주겠다는 약속을 한적이 없고, 법인간 이동은 약속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부인했다. 
 

 하이닉스에서 분사, 자회사로 분리된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시스템아이씨는 2017년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다. 이듬해 중국 우시 정부 투자사인 WIDG와 합작사를 설립, 중국 생산기지 건설을 발표하면서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 현지로 생산시설을 옮겨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성도 높여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대한 선순환 구조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20년 초 중국 현지 공장 준공을 마친 시스템아이씨는 기존 청주 M8공장의 장비 이설과 동시에 청주공장에서 근무 중이던 엔지니어 등 수백명의 직원도 함께 중국으로 파견됐다.

당시 코로나19가 중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로 일부 직원들은 중국 파견이 달갑지 않았다. <끝까지 간다> 제보창을 찾은 제보자 ㄱ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원들이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ㄱ씨는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직원들인데, 당시에 누가 중국을 가고 싶었겠느냐”면서 “(중국에)갔다 오면 하이닉스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에 대다수의 직원들은 이왕 갈 거면 빨리 갔다 오자는 마음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보자의 주장에 따르면 2020년 당시 중국 우시공장 파견 당시 직원들에게 현지화를 마무리하고 국내로 복귀하면 모회사인 SK하이닉스로 이동을 시켜주겠다고 구두약속을 받았다는 것이다.

시스템아이씨는 200mm(8인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가 주업무로 중국 내 파운드리 공장을 현지화 하기 위해 2017년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해 자회사로 설립됐다. 하이닉스는 시스템아이씨를 분사하기 10년 전인 2006년 중국 우시공장 설립을 위해 현지기업과 협력 사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하이닉스의 숙원사업이었던 중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위해선 국내 인력 파견은 불가피해 보였다. 이는 200mm 반도체 생산 특성상 자동화 된 300mm 반도체 생산현장과 달리 사람이 직접 웨이퍼가 담긴 풉(FOUP)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현지화를 위해선 이 생산라인을 정확히 알고, 업무에 숙련된 엔지니어 및 생산직원들의 현지화 작업이 중요한 지점으로 작용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8인치 공정을 자동화로 바꿀 순 있겠지만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자회사 분사부터 우시 공장의 현지화를 계획했던 하이닉스의 당시 상황으로 봐서는 시스템아이씨의 직원들을 중국으로 파견을 보내야만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중국서 복귀하면 하이닉스로 보내줄게” 경영진들의 희망고문?

복수의 제보자들은 파견 당시인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 및 임원·팀장으로부터 ‘하이닉스 전적’을 수차례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ㄱ씨는 “당시 직원들이 코로나19로 중국에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것보다 이설 후를 더 걱정하고 있었다”면서 “그런 직원들에게 당시 대표를 비롯한 팀장들이 중국을 다녀오면 하이닉스의 용인공장이 완공될 시점과 비슷하니 그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너희는 SK하이닉스 메인트 시험과 동일한 채용과정(서류-시험-면접)을 거쳤기 때문에 (하이닉스로의 이동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심지어 사장님이 하이닉스로 ‘전적’을 무조건 시키겠다, 안되면 협박이라도 하겠다는 말을 팀장을 통해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시스템아이씨의 정보보호계약서에는 임직원들의 인사이동에 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인력조직 인사규정 제 13조(이동) 내 ‘회사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구성원에게 전적, 전임, 파견 등 이동을 명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전적’은 계열사(그룹사) 및 관계사(투자회사)로 소속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회사 측은 파견 당시부터 지금까지 시스템아이씨 임직원들이 SK하이닉스로의 전적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채용한 구성원을 SK하이닉스로 전직 가능하도록 계획했던 적은 없다”면서 “상호 법인이 다른 만큼 회사 대 회사로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스템아이씨 경영진에서는 파견인력에 대해 계열사 간 이동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끝까지 간다>팀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파견 진행 기간 중 현지화에 따른 유휴인력과 관련해 본체 및 실트론, K사 등으로 적극적인 고용 유연성확보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에서 언급된 ‘본체’는 ‘SK하이닉스’이며, ‘실트론’은 ‘SK실트론’, ‘K사’는 ‘SK키파운드리’라고 제보자는 설명했다.

ㄱ씨는 “위에서 언급된 ‘유휴 인력’은 우시로 파견된 국내 직원들이며 이들을 모회사인 하이닉스를 비롯해 계열사, 협력사 등으로 전적·파견 등을 논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이닉스로의 전적은 작년 초까지 들려왔다”면서 “중국생활이 힘들지만 국내 복귀하면 하이닉스로 갈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텼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익명을 밝힌 시스템아이씨 내부 관계자 역시 제보자의 주장에 동의했다. 2020년 당시 관리자라고만 밝힌 ㄴ씨는 “파견 당시 (시스템아이씨 직원들의)SK하이닉스로의 전적을 검토한 바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이닉스를 포함한 계열사, 그리고 협력사, 동종업계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공식적으로 공지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우시 공장의 안정화 이후 생산인력의 사내 전환 배치를 위해 국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할 계획이었다”면서 “다만 업황 불황에 따른 경영 상황악화로 신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신입 지원은 NO, 경쟁사 이직은 OK?

시스템아이씨 현직자가 SK하이닉스 MAINT 채용관련 문의한 게시글 캡처화면.



일부 파견 복귀 인력 중에서는 SK하이닉스 신입으로 지원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현재 시스템아이씨에 재직 중이라고 밝힌 한 근무자는 SK하이닉스 채용페이지에 2024년 SK하이닉스 MAINT 채용 지원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SK하이닉스 채용팀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전했다.

시스템아이씨 측은 “경영 상황이 악화된 이후 SK멤버사 내 유사 업종·직무에 채용 수요가 있을 경우 내부 인력의 이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경쟁사까지 포함해 구성원들의 장기적인 커리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 입장대로 현재 시스템아이씨는 DB하이텍 등 동종업계 경쟁사로 이직을 권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반도체 업계는 기술 유출 등의 문제로 동종 업계 이직을 금지해 왔는데, 시스템아이씨는 이례적으로 이직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지금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동종업계 이동은 대표들 간 협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면서 “반도체 업 특성상 이직으로 민감한 자사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넘어 채용계획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배려해 달라는 이야기들이 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원인은 반도체 업계 불황에 있다. 소비시장 침체 등으로 8인치 파운드리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하반기 전세계 8인치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이 50~6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업황 불황으로 지난해 시스템아이씨의 전체 매출은 313억원, 영업손실은 171억원을 기록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강홍민의 끝까지 간다]는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을 겪고 있는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끝까지 취재해 세상에 알리겠습니다. 제보는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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