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경기에 2만원도 버거워"···풍수해보험 해지하는 소상공인
1년새 가입건수 5만 3000건 줄어
불황 속 연 2~3만원 보험료도 부담
자금 부족에 무료 가입 대상도 제한
정부지원·기부 줄어 해지 우려 커져
최저임금 1만원 돌파에 부담 증폭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폭우와 태풍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영세 사업자들이 불경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연 2만~3만 원대 보험료 납부도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지원이 줄어든 데다 최저임금 1만 원 돌파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소상공인의 자연 재난 대비가 더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2021년 4.6%에서 2022년 31.9%로 크게 늘었다가 2023년에는 23.1%로 꺾였다. 소상공인 수만 명이 보험을 해지하면서 가입 건수는 2022년 19만 5792건에서 2023년 14만 2112건으로 떨어졌다.
풍수해보험은 행안부가 관장하고 7개 민영 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 보험으로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주택, 농림업용 온실(비닐하우스), 소상공인(상가·공장·전통시장)이 가입 대상이며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보험료는 온실 23만 3600원, 단독주택(80㎡ 기준) 3만 4900원, 소상공인 12만 2300원(임차인 6만 7500원) 등으로 대상에 따라 다르다. 올해 상반기까지 정부로부터 70%(일부 취약 계층은 100%까지 지원)의 보조금을 받아 임차 소상공인은 연 2만 250원, 상가 소유 소상공인은 연 3만 6990원만 납부하고도 5000만~1억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단돈 몇만 원도 부담을 느낄 정도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소상공인들이 보험 가입 대신 해지를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기간 받았던 대출금의 상환 시기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등 보험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태풍 ‘힌남노’ 여파로 2022년 가입률이 일시적으로 크게 뛰었지만 그 효과는 1년 만에 꺾였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줄고 부채가 늘면서 소상공인들에게는 몇만 원의 보험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경우 가스·안전·화재·음식물 배상책임 등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보험들이 많은데 여기에 풍수해보험까지 가입하라고 하면 얼마나 가입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제3자 기부 가입 대상을 제한한 것도 가입률을 떨어트린 배경이다. 제3자 기부 가입은 기업 기부금으로 소상공인 보험료 납부분까지 해결해주는 제도로서 이를 활용하면 무료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청 폭주로 두 달 만에 기부금이 소진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행안부는 지난해부터 1층 이하 상가·공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만 기부 가입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예산 감축 기조에 정부가 보조율을 인하하면서 보험 가입 유인은 더 줄었다. 행안부가 이달부터 풍수해보험 정부 분담률을 70%에서 55%로 낮추면서 소상공인 분담률은 30%에서 45%로 올라갔다. 2만~3만 원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납부액이 1만 원 늘어난 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 보조금에 지원금을 더해주기도 하지만 재정 악화로 추가 지원 지자체는 전국 243곳 가운데 64곳(올해 5월 기준)에 그치고 있다.
기업 기부까지 끊기면서 풍수해에 취약한 1층 이하 상가 가입마저 떨어질 위기다. 소상공인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카카오페이 기부금 10억 원으로 제3자 기부 가입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기부가 중단됐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풍수해보험 무료 가입 지원 사업 규모도 2022년 2억 원에서 2023년 10억 원으로 확대됐다가 올해는 1억 5000만 원으로 후퇴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돌파하면 소상공인의 보험 이탈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달 통계청 조사에서 ‘나 홀로 사장(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이 전년 동월 대비 2.6% 감소할 만큼 소상공인들은 폐업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소상공인 실태 조사 결과’에서 소상공인 16.7%(중복 응답 가능)가 재난 발생 시 필요한 정책으로 사회보험료 완화를 꼽을 만큼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사업체의 95.1%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매출 저하와 고비용 구조로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며 “풍수해보험 가입 역시 열악한 경영 환경에서 얼마나 활성화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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