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세 감당 못 해”… 美 대도시서 강제 퇴거당한 세입자 급증

최근 미국에서 집세를 내지 못한 세입자를 상대로 제기된 퇴거 요구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집세가 오른 데다가 강제 퇴거를 막아주던 퇴거 유예 조치가 끝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물로 나와 있는 미국의 한 집.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린스턴대학교의 연구 기관인 에빅션 랩의 조사를 인용해 일부 대도시에서 강제 퇴거 명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휴스턴, 피닉스 등에서 제기된 강제 퇴거 요구 소송은 2020년 이전보다 35% 증가했다.

WSJ는 주로 선벨트(미국 남부 15개 주(州)에 걸쳐있는 지역)에서 강제 퇴거 명령이 늘고 있으며 콜럼버스, 오하이오 및 미니애폴리스 지역도 퇴거 신청 비율이 높다고 보도했다. 특히 피닉스에서는 올해 1월에만 법원이 8000건 이상의 퇴거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피닉스에서는 퇴거 판결이 때때로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한 판사는 임차인이 집세를 두 번 밀렸다고 인정하자, 강제 퇴거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입자들이 집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19 기간 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는 등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까지 덮치며 집세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WSJ는 “렌트비 상승세는 저소득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 내 모든 지역의 강제 퇴거 소송 건수가 코로나19 전보다 늘어난 것은 아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임차인을 위한 보호 조치가 강화된 도시들에서는 강제 퇴거 신청이 유지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코로나19 기간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퇴거 유예 조치가 종료된 것도 임차인들에게 영향을 줬다. 지난 2020년 9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미국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2020~2023년 사이 미국 전역의 주택 및 아파트 렌트비는 30% 상승했다. 하버드대학의 주택 연구 공동 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임차인 가구 중 약 4분의 1이 소득의 50% 이상을 주택에 지출하고 있다. 제이콥 하스 에빅션 랩 연구원은 “집세 상승은 대다수 지역에서 많은 가정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서 “이는 퇴거 신청 증가로 반영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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