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하려고 '수면제 42정' 먹인 70대 "자고 나면 사라지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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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한 모텔에서 성폭행 목적으로 수면제 14일 치를 먹여 함께 투숙한 여성을 사망하게 한 7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조 씨는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텔에서 피해 여성 A 씨(58)와 함께 투숙하면서 수면제를 먹인 뒤 A 씨를 성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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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성 "살인 고의성 없고, 예견 못해"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서울 영등포구 한 모텔에서 성폭행 목적으로 수면제 14일 치를 먹여 함께 투숙한 여성을 사망하게 한 7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16일 서울남부지법 11형사부(부장판사 정도성) 심리로 열린 조 모 씨(74)의 강간살인 등 혐의 공판에서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범 가능성을 고려해 신상정보 고지, 취업제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요청했다.
조 씨는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텔에서 피해 여성 A 씨(58)와 함께 투숙하면서 수면제를 먹인 뒤 A 씨를 성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모텔 주인이 객실에서 홀로 숨진 A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 수사 결과 조 씨는 오로지 성관계를 위해 A 씨에게 14일 치(42정)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씨는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살해의 고의성이 없었고, 피해자가 수면제를 다량 먹더라도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수면제를 복용했더라도 약효가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해 수차례에 걸쳐 나눠서 복용시켰다"며 "피해자를 죽이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면제를 단기간에 다수 복용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며 "수면제의 양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피해자가 세 번째 수면제를 먹은 뒤 미동도 없이 누워 헛손질하며 횡설수설하는 등 의식이 흐려졌음에도 재차 강간할 마음으로 3일 치 수면제를 다시 음료수에 타 먹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상태에 비춰볼 때 충분히 죽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유족과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씨 측은 앞서 2월 8일에도 추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A 씨를 상대로 수면제 7일 치(21정)를 2회에 걸쳐 먹인 후 성폭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피고인의 자백 외에 보강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흙색 수의 차림의 조 씨는 청력 보조용 헤드셋을 낀 채 최후진술에 나섰다. 조 씨는 "피해자와는 3년 전부터 알게 됐는데 만날 때마다 여관에 간 건 아니고 평소 다른 시간도 보냈었다"며 "피해자가 죽은 뒤로 평소 모습이 그리워서 꿈에 나타나면 내가 널 죽이려고 한 게 아닌데 그렇게 됐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조 씨는 이어 "제가 복용한 약을 많이 먹으면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꺼번에 주지 않고 조금씩 여러 번 준 것"이라며 "그런 비겁한 짓을 하면서 저의 성적 만족을 채우려고 한 게 너무나 잘못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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