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극해 누비던 ‘아라온호’, 북태평양에서 일본 방류 오염수도 조사
해양조사선 이사부호 비운 사이 해수 채취
극지 오가는 사이 조난구조·화산연구에도 활용
한국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북태평양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능 오염수가 해류에 따라 공해(公海)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국민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아라온호가 나선 것이다. 아라온호는 극지 연구 이외에도 해양조사와 조난 구조, 화산 연구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1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산하 연구기관 극지연구소가 운영하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지난달 16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방류된 오염수를 추적하기 위해 포항에서 북태평양으로 출항했다. 오염수 조사 기간은 12일로, 아라온호는 임무를 마치고 지난달 29일 인천으로 다시 입항했다.
아라온호는 2009년 취항한 극지연구소의 쇄빙연구선이다. 연구원과 승무원을 최대 85명 태우고, 1m 두께의 빙하를 부수며 남극과 북극을 오갈 수 있다. 아라온호에는 연구 장비 51종이 설치돼 있어 극지 환경변화와 오존층 연구, 해양생물자원 연구, 지질자원 연구가 가능하다. 아라온호는 지난 15일 극지 연구를 위해 인천항에서 북극으로 출항했다.
아라온호는 주로 북극과 남극 연구를 지원하는 데 활용된다. 매년 7~10월 북극 연구를 시작으로 이듬해 4~5월쯤 남극 연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모든 연구를 끝낸 뒤 매년 5~6월에는 선박 수리와 시험 운전을 진행한다. 아라온호는 선박 수리를 마치고 북극으로 출항하기 전에 잠깐 비는 기간을 이용해 오염수 조사에 나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조사를 마친 아라온호는 재정비를 거쳐 지난 15일 기후 변화가 북극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북극으로 출항했다.
아라온호가 후쿠시마 오염수 조사에 투입된 데에는 모든 자산을 활용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위험과 불안감을 줄이겠다는 해양수산부의 의지가 작용했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원전 오염수 5만4600t(톤)을 바다로 방류했다. 해수부는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라 공해상 조사와 수산물 안전관리에 나서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9월부터 종합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를 활용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공해상 영향을 조사했다. 일본 해안에서 200해리(약 370㎞)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EEZ) 바깥 북태평양 해역의 방사능 농도와 확산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해양 방사능 오염 신속 탐지 기술 개발사업’을 시작해 현장에서 방사성 핵종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 기발에도 나섰다.
아라온호는 이사부호가 공해를 비운 사이 조사를 빈틈없이 채우는 역할을 맡았다. 아라온호는 방사능 오염 탐지 장비를 싣지는 않고, 북태평양의 바닷물을 채취해 돌아오는 역할을 수행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북태평양) 공해상에서 채취한 바닷물은 해양과기원과 해양환경공단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와 세슘을 분석한다”며 “작년부터 방사능 분석 장비를 많이 확보해 신속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라온호는 후쿠시마 원전 조사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조난 어선 구조와 화산 구조 연구가 대표적 사례이다. 아라온호는 2020년 파푸아뉴기니에 고립된 원양어선의 선원들을 구조한 바 있다. 당시 구조된 선원은 한국인 11명, 인도네시아인 6명, 베트남인 6명, 필리핀인 2명이었다.
아라온호는 2022년에는 남극 항해를 마치고 귀국하던 중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해저화산(통가 화산)의 폭발 현장을 찾았다. 아라온호는 당시 통가 화산의 지형도를 확보해 화산 폭발의 원인을 밝힐 기초 자료를 만들었다. 다양한 첨단 연구 장비를 선박이 실은 덕분에 극지와 해저화산을 동시에 탐사할 수 있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경로에 따라 다른 임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본연의 연구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공해상 조사도 연구에 맞춰 경로를 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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