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하루가 길어졌다···“지구 온난화, 자전 속도 늦춰”

2023년 8월 13일 그린란드 동부 지역에서 빙하가 녹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후 변화로 하루의 길이가 점점 더 빨리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 연구진이 15일(현지시간) 지구 온난화가 지구의 자전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과학 저널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빙하가 녹은 물이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하루의 길이가 2000년 이후 100년간 1.3ms(밀리초·1000분의 1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 동안 하루의 길이는 0.3~1.0ms 늘어났다. 2000년 이후 지구 온난화로 더 많은 빙하가 녹아 적도 부근 해수량이 늘어나면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더 많이 늦춰진 것이다. 지구 표면의 해수량은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연구진은 “현재 이 속도는 지난 수천년 어느 때보다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부터 하루의 길이는 2.6ms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하루의 길이 변화는 1000분의 1초 단위에 불과하지만, 인간 삶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위성항법장치(GPS) 정확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금융거래 등에도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딕트 소야 취리히 연방공과대 교수는 “과거에 수십억년 동안 진행되어 온 변화를 우리는 탄소 배출로 불과 100~200년 만에 만들어냈다”며 “지구 온난화가 온도 상승 등 지역적 현상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자전이라는 지구의 근본적인 기능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