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건강검진 확 바뀐다…복지부 일원화·데이터 통합 관리 '속도'

박정렬 기자 2024. 7. 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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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보건소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 대강당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동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 체지방측정 등 무료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허경기자


소아·청소년 건강 지표가 코로나19(COVID-19) 이후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비만·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과 우울증·게임중독 등 정신질환이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가 생애주기 건강검진 체계를 구축하면서 학생은 제외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최근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학생 건강검진 제도개선에 나섰지만 '뒷북 조치'라는 비난이 이는 가운데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아동·청소년의 체계적인 건강검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의료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을 중심으로 생애주기별 건강검진 체계가 구축됐다. 다만, 이 중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건강검진만은 교육부 관리의 '예외 검진'으로 남아있다.

학생검진 항목은 2005년 학교보건법 개정 당시 소아·청소년에 맞춰 구성됐다. 키와 몸무게, 시력, 구강 상태, 혈압·소변·혈액검사 등 일반적인 항목뿐이다. 비만이나 척추측만증, 게임중독·우울증과 같이 최근 들어 유병률이 상승하는 위험한 건강 문제는 '핀셋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검진 자료 관리도 허술하다. 학생건강검진은 초등학교 1, 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드문드문 진행된다. 보통 각 학교가 인근 병원에 검진을 외주해 보건 교사가 동참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는데,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크지 않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학교 건강검진은 생애주기별 건강검진과는 시행 주체가 각각 학교장,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달라 자료 공유도 되지 않는다. 검진 결과를 개별적으로 통보하긴 하지만 대부분 소실된다. 건강검진은 만성질환의 예방, 생활 습관 관리에 목적이 있는데도 의료진이 결과를 알기 어려워 개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오래전부터 의료계는 영유아·성인 검진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학생 검진의 질 관리, 통계 자료 구축 등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국가 검진체계에서 아동·청소년만 제외된 것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도 일었다. 교육계 역시 제도 개선에 동의한다. 2018년 교육부가 17개 시교육청 관할 245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생건강검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38개가 학생건강검진을 학교가 아닌 (건보공단) 등 전문기관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97.1%가 행정 불편, 사후관리 곤란, 생애주기별 건강검진 이력 관리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정부는 2019년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소아·청소년 검진을 국가검진체계에 포함하고, 매년 병원에서 무료로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한다고 했지만 진행되진 않았다. 2020년 당시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이 국가 지원으로 병원의 학생 건강 검진을 지원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학교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역시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고 폐기됐다.

지지부진하던 학생 건강검진 개선 논의는 코로나19로 소아·청소년의 비만·자살 증가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재점화'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공동으로 △원하는 곳에서 검진받고 △비만,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과 상담 항목을 추가하는 한편 △검진 결과를 출력물과 함께 건강관리 통합정보시스템으로 관리하는 '학생건강검진 제도 시범사업'을 하반기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우선 세종시와 강원도 원주의 196개 학교, 3만5000명을 대상으로 적용한 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 공약집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6~20세 아동·청소년 건강검진을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주관의 '생애주기별 건강검진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학교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재발의하며 힘을 싣고 있다. 김 의원은 "국민 건강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주무 부처가 이원화돼 발생하는 행정력 낭비와 관리 부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통해 비만, 당뇨, 고혈압,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유아·소아·청소년·성인 건강검진을 통합·연계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당시 의료 공약 수립에 참여한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어릴 때 비만 등 만성질환이 생기면 유병 기간이 길어져 합병증 위험도 덩달아 커진다. 결과적으로 국가 생산성 감소, 의료비용 증가, 가임기 여성 감소 등으로 이어져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며 "학생건강검진을 국가검진체계에 편입해 연속적인 건강관리를 시행하고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보건의료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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