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한국인 66% '핵무장 찬성'…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안보 불안↑"

박광온 기자 2024. 7. 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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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韓통일연구원 통일의식조사 보고서 인용
44.6% '주한미군 주둔'보다 '핵무기 보유' 선택
"美 안보 보장 신뢰 흔들리는 것"
[버틀러(미 펜실베이니아주)=AP/뉴시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대한민국에서 자체 핵무기 개발 지지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두고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암살시도 총격을 당한 직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오른쪽 귀에 피를 흘리는 상태로 주먹을 흔들며 "싸우자"고 외치고 있는 모습. 2024.07.14.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대한민국에서 자체 핵무기 개발 지지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두고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밀착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에 대한 적대감을 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우승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한국 내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 내 핵무장 찬성률 66%…2021년 이후 최고치

FT는 이날 대한민국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통일의식조사' 결과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응답자 1001명 중 66.0%가 "찬성" 또는 "매우 찬성"을 표명했다. 이는 지난해(60.2%)보다 5.8%p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 같은 독립적 핵 억지력에 대한 찬성률은 2021년 조사(71.3%) 이후 최고치였다.

또 우리 국방을 위해 주한미군 주둔과 핵무기 보유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핵무기를 선택하겠다는 비율은 44.6%로, 지난해(33.8%)보다 10.8%p 더 높았다.

이번 핵무기 찬성 비율은 주한미군 지지율(40.6%)보다도 더 높았는데, 이는 역사상 처음이라고 통일연구원은 전했다.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한다면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한다는 미국 핵우산 정책을 얼마나 신뢰하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66.9%가 "어느 정도 신뢰" 또는 "매우 신뢰"라고 답했다. 이는 전년(72.1%p) 대비 5.2%p 하락한 수치다.

이 보고서는 지난 4월18일부터 5월1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를 담았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다.

"북·러 밀접 상황에 트럼프 재선 가능성↑… 美 안보 보장 신뢰 흔들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FT는 "북한의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이 점차 정교해지고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한미 동맹에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표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또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FT에 "11월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2번째 대통령 임기에 대한 두려움과 한국 핵무기 지지 사이의 상관관계가 발견됐다"며 "사람들은 트럼프의 복귀를 두려워할수록, 안심을 위해 핵무기에 의지할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번 조사가 북한과 러시아 군사동맹 복원 조약 체결 이전에 실시됐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몇 주 동안의 사건들(TV토론과 트럼프 유세 중 피격 등)은 그 추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가치 의문 제기…한국은 독자 핵 개발 목소리↑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미국에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 한국 내에서는 독자 핵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지난 11일 '2024 북한인권 서울포럼'에서도 "핵은 핵으로밖에 억제할 수 없다"며 "최소 20개 이상의 북핵이 실전 배치되는 상황에서 한미 간의 확장 억제 전략에만 의존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너무나 큰 한계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도 지난달 "핵전력을 활용한 안보 강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우리의 동맹국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北 위협과 美 정치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정당한 우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핵정책 프로그램 공동소장인 토비 돌턴은 "한국에서 핵무기 찬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부상한 것은 북한의 위협과 미국의 정치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정당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러나 자신의 안보를 다른 당사자 손에 맡기는 것은 본질적으로 신뢰에 대한 행위"라며 "동맹국은 결코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스팀슨 센터 싱크탱크의 레이첼 민영 리 선임 연구원은 "핵 옹호자들이 미국의 한국 방위에 대한 헌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동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더욱이 북한을 격려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한국이 미국의 공약에 회의적이라면, 북한도 미국이 한국을 도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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