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붕대’ 트럼프 등장…“포효하는 미국의 사자” 기립박수
부통령 후보로 ‘정치 신인’ 밴스 지명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총격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 행사에 나타나 열광적 환호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한 공화당 전당대회는 ‘생환’한 그를 두고 ‘영웅 만들기’에 집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15일(현지시각) 개막한 전당대회에 이날 밤 9시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 전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중 총격으로 다친 귀에 붕대를 두른 그가 행사장인 ‘파이서브 포럼’ 복도에서 대기하는 모습이 대형 화면에 비치자 수천 명이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는 가수 리 그린우드가 공화당의 비공식 당가로 불리는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부르는 가운데 입장했다. 그린우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죽이려 한 누군가에 대한 저항과 용기를 보여주려고 여기에 왔다”며 “그를 쓰러뜨릴 수는 없다”며 분위기를 돋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귀빈석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발언은 하지 않은 채 이날 자신이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상원의원 곁에서 주먹을 치켜들거나 거수경례를 하며 환호에 답했다. 각 주별로 모인 대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U.S.A.)와 “싸우자”(fight)를 연호했다. ‘싸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직후 대피할 때 주먹을 흔들며 외친 말이다.
전당대회 첫날 ‘생환’을 기적으로 묘사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띄우기에 집중했다. 러닝메이트 후보로도 거론됐던 팀 스콧 상원의원은 “악마가 총을 들고 펜실베이니아에 나타났다”며 “하지만 미국의 사자는 다시 일어나 포효했다”고 소리쳤다. 또 “조 바이든은 운전대를 잡고 잠들었고 우리는 절벽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이틀 전 온 세상이 바뀌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이터”이고 “내가 아는 가장 강인한 사람”이라고 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우리가 존경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악이 다가왔다”며 “신의 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닿은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공화당 대의원들은 이날 오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의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앞서 주별 경선에서 압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호명 투표에서 전체 대의원 2429명 중 2387명의 지지를 받았다. ‘1·6 의사당 난동’ 사건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가끔 입바른 소리를 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켄터키주 호명 투표 결과를 발표할 때는 야유가 쏟아졌다.
이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의 반인 39살인 밴스 의원은 2022년 11월 중간선거로 의회에 진출한 정치 신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로 “미국 부통령 자리를 맡기에 가장 알맞은 사람은 위대한 오하이오주의 밴스 상원의원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자신이 그들을 위해 훌륭하게 싸워온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 그 너머의 미국 노동자들과 농민들에게 강하게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틀 전 총격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는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장 주변은 경찰이 봉쇄한 채 출입자들을 샅샅이 검색하며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미국 정부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수십 명은 도심의 몇 개 블록으로 설정된 봉쇄 구역 밖에서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은 이날 밀워키로 찾아온 ‘제3 후보’ 로버트 프란시스 케네디 주니어를 만나 지지 선언 문제를 논의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대선 3자 대결을 가정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케네디 주니어가 완주를 포기하고 지지 선언을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케네디 주니어 캠프는 후보 사퇴 가능성을 부인했다.
밀워키/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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