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곰 습격 인명 사고에 ‘곰 사냥’ 2배 늘리기로
루마니아 의회, 곰 사냥 한도 481마리로
환경단체, 곰 개체수와 습격은 달라···‘반대’
루마니아 정부가 야생 곰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곰 사냥 허용 한도를 지난해보다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 10일 19세 여성이 산행 도중 곰에게 습격당해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환경 단체는 사냥 한도 증대로 공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현지 매체인 ‘루마니아인사이더’와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의회는 올해 야생 곰 사냥 허용 한도를 481마리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도 한도인 220마리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의회에서는 야생 곰 개체수가 지나치게 불어나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의회 소집은 최근 발생한 곰 습격 사망 사건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10일 남자친구와 함께 부체시 산에서 하이킹을 하던 마리아 다이애나(19)가 곰에게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그는 곰과 마주친 직후 응급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곰이 그의 다리를 붙잡고 120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밀어냈다. 이 곰은 현장에 도착한 구조 대원들에게 사살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의회가 소집됐다.
루마니아 내무부는 올 초 최근 20년간 야생 곰의 습격으로 274명이 중상을 입고 2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환경 단체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소속의 동물학자 칼린 아르델린은 가디언에 “이번 법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문제 곰’ 뿐 아니라 ‘예방과 개입’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WWF는 곰을 유인할 수 있는 폐기물을 엄격히 관리하고 사람들이 동물에게 먹이는 주는 행위 등을 막아 곰 생태계와 지역 사회를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야생 곰의 공격 빈도는 매년 변동이 커 개체 수 증가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루마니아는 유럽에서 야생 갈색곰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나라로 당국은 개체 수를 약 8000마리로 추산하고 있다. 야생 갈색곰은 유럽연합(EU)이 지정한 1200종의 야생동물보호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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