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후보자 처가 가족회사, 천억원대 입찰 담합 의혹”···강민수 후보자 “파악 못해”
강 후보자 “일감 몰아주기 맞는 듯”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의 처가가 운영하는 연 매출 8000억원대 가족기업들이 천 억원대 공공조달 입찰 담합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다. 강 후보자의 과거 ‘12·12 거사’ 표절 논문, 처가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후보자의 처가 기업 세무조사 관련 이해충돌 논란도 청문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강 후보자는 “처가 쪽 경영은 잘 모른다”면서도 “일감 몰아주기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창기업 일가에 속하는 유창이앤씨와 송천이앤씨가 경영진이 동일하고 강 후보자 처가가 지배하는 가족회사인데, 지난 5년간 총 40개의 나라장터 조달사업에 중복으로 참여했다”며 “사실상 동일회사인 가족회사가 한 조달 건에 함께 참여한 것은 입찰 담합”이라고 지적했다.
조달청이 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강 후보자 처가 기업인 유창이앤씨와 송천이앤씨는 전국 시·도교육청, 학교 등이 발주한 모듈러 교실 설치 사업에 총 40회 동시 입찰했다. 이 중 유창이앤씨가 낙찰받은 사업은 70%(28건)에 달하고 체결 계약 규모는 845억원이다. 송천이앤씨가 낙찰받은 사업은 17.5%(7건)이고 체결 계약규모는 143억원이다. 다른 사업자들과 경쟁 없이 두 회사만 단독 투찰한 사업도 40건 중 10건, 계약 규모는 239억원에 달했다.
두 회사는 공공조달 사업을 낙찰받은 뒤 또 다른 가족회사인 유창엠앤씨와 일감을 나눈 것으로 추정된다. 강 후보자의 처남 조모씨가 대표이사를 맡은 모듈러 건축물 제작기업인 유창엠앤씨의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93.7%(471억5200만원)가 유창이앤씨와 송천이앤씨에서 나왔다. 강 후보자의 배우자는 유창엠앤씨와 유창이앤씨의 감사를 맡고 있다.
문제는 사실상 동일 기업인 가족회사 두 곳 이상이 같은 사업에 동시 입찰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2022년 계열사들을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이른바 ‘벌떼 입찰’을 한 건설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국세청은 당시 건설사들의 벌떼 입찰 행위를 “시장 경쟁 질서를 왜곡해 이익을 독식하고, 변칙 자본 거래로 부를 대물림하는 불공정 탈세 혐의”로 규정한 바 있다. 강 후보자는 ‘처가기업도 벌떼 입찰을 했는데 똑같은 잣대로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제가 전혀 파악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지 못하겠다”며 “세금 탈루 혐의가 있으면 공정히 집행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강 후보자는 처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인정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창과 특수관계기업 24곳 대부분이 건축자재업체인데, 처남이 운영하는 유창엠엔씨가 유창이앤씨로부터 92%의 도급공사를 발주받았다”고 지적했다. 강 후보자는 “처가 쪽 경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일감 몰아주기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강 후보자는 12·12 군사쿠데타를 ‘12·12 거사’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한 자신의 1995년 석사 논문에 대해서는 “80년대 신문 기사를 그대로 인용한 표현들로 인해 여러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드린 데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12·12 거사는 소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자신의 논문 표절률이 4%라면서 “(표절률이) 10% 이내면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