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샷 후 ‘멘붕’ 원태인 바로 잡은 삼성 강민호의 농담 “너 전반기 때 너무 잘 풀렸어”
삼성 주전 포수 강민호(39)와 선발 투수 원태인(24)은 배터리 이상의 각별한 사이다.
특히 원태인이 강민호에게 많이 의지한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원태인은 강민호의 리드 속에서 투구하며 크게 성장했다.
강민호가 2021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을 때 원태인은 원기찬 전 대표이사에게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 잔류를 청할 정도였다.
이런 원태인에게 강민호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준다. 원태인이 국제 대회에서 활약하고 왔을 때에는 “많이 컸다”라며 격려했고 부진할 때에는 문제점을 콕 짚어 지적했다.
지난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원태인이 예기치 못한 조기 강판을 했을 때에도 강민호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원태인은 1회부터 허경민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뒤 김재환에게 3점 홈런을 내줬다. 그리고 2사 후 두산 타자 강승호의 헬멧을 맞혔다. 마운드 위에 서 있는 원태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헤드샷 규정’에 따라 퇴장 명령이 떨어졌고 원태인은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원태인이 0.2이닝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온 건 2019년 데뷔 후 1군 첫 경기인 3월26일 롯데전에서 구원 등판해 0.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처음이다.
다음날에도 원태인은 “그렇게 적게 던지고 내려온 건 처음인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시름에 빠진 원태인에게 강민호는 또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강민호는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7회 결승 3점 홈런을 친 뒤 인터뷰에서 원태인 이야기가 나오자 미소부터 지었다. 그는 “태인이에게 이야기했다. ‘뭐 어떡하냐, 전반기에 네가 너무 잘 됐다. 좀 내려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강민호의 말대로 원태인은 전반기 16경기에서 7승4패 평균자책 3.16을 기록하며 다승 선두 경쟁은 물론 평균자책 부문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오르내렸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 세 개 대회에 출전한 뒤 올시즌을 맞이한 원태인은 올시즌을 시작하면서 마음을 비웠다. 그럼에도 개막 후 한 달 동안 6경기 4승1패 평균자책 2.10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이 나왔기에 원태인 스스로도 욕심이 커졌다. 스스로는 “내려놨다”고 했지만 한 참 선배인 강민호 눈에는 내려놓지 못한 모습이 훤히 보였다. 강민호는 “태인이가 아직 못 내려놓은 것 같다”라며 꿰뚫어봤다.
조기 강판한 원태인은 16일부터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다시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삼성으로서는 순위 싸움에서 중요한 경기다. 기선을 잡기 위해서는 원태인의 호투가 필요하다. 팀으로서는 강민호와 원태인의 호흡에 또 기대를 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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