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주인 또 바뀌나…바이낸스 이어 메가존 등판
국내 IT(정보기술)기업 메가존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지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바이낸스, 비에프랩스(BF랩스, 전 씨티랩스)에 이어 세 번째 구원투수의 등판이다. 다음달 전북은행과 실명확인입출금계좌(이하 실명계좌) 재계약을 앞둔 고팍스로선 바이낸스가 보유한 지분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메가존, 구원투수로 등판
1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메가존은 바이낸스로부터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이 바이낸스가 보유한 스트리미 지분율을 1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한 만큼, 바이낸스는 보유한 스트리미 지분(67.45%) 대부분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존 관계자는 "논의 중이나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초 스트리미의 지분 72.26%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으로 발생한 '고파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투자자를 찾아 나선 스트리미와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던 바이낸스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당시 바이낸스는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를 마치면 남은 빚을 상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이낸스는 스트리미의 지분을 인수하고도 1년6개월 넘게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던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전 아시아태평양 대표에 이어 이중훈 전 부대표로 변경하면서까지 두 차례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무기한으로 연기됐다.
지난해 말에는 코스닥 상장사 비에프랩스(BF랩스, 전 씨티랩스)가 나섰다. 비에프랩스는 54억원을 들여 스트리미 구주 1만6877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신주 5만9431주를 매입하고 조영중 전 비에프랩스 대표를 스트리미의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말 기준 비에프랩스가 보유한 스트리미 지분은 8.55%로, 바이낸스(67.45%)에 이어 2대 주주다. 비에프랩스는 조 대표 선임 후 추가로 바이낸스가 보유한 스트리미 지분을 더 매입할 계획이었으나, 자금력이 충분치 않아 흐지부지됐다.
블록체인에 관심…자금력 뒷받침
이에 국내 대표적인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메가존클라우드'의 모기업인 메가존이 바이낸스의 제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메가존은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메가존클라우드를 비롯해 MS 애저 전문 파트너사인 '제니스앤컴퍼니', LG CNS와의 합작사인 '클라우드그램'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메가존은 스트리미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가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메가존은 수차례 블록체인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블록체인 기반 자격·훈련정보 디지털 배지 시스템에 SK텔레콤, 타임소프트와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바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헥슬란트'와 블록체인 지갑 구축 시스템 유통망 확보를 위해 손을 잡고, 젬허브' 플랫폼을 운영하는 비피엠지(BPMG)에 투자하기도 했다.
고팍스의 '구원투수'가 되기 위한 자금력도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가존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 자산은 1조2115억원인데, 이중 현금·현금성자산이 3356억원에 달한다. 스트리미는 고파이 미지급금을 포함해 1184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만큼, 자금력이 탄탄한 신규 투자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스트리미는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채권단에게 잔여 채권액을 자사 보통주로 출자전환할 것을 요청했으나, 다수의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았다.
실명계좌 재개약 '숙제'
스트리미는 다음달 11일로 다가온 전북은행과의 계약 만료 전 재무구조를 개선해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올해 초 전북은행은 스트리미의 지배구조와 경영건전성에 대한 개선이행계획을 요청했다. 바이낸스의 지분율을 10% 이하로 낮추고,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올해 12월 19일로 예정된 가상자산사업자 갱신도 과제다.
고팍스는 지난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줄이고 사무실을 이전하는 등 영업비용을 줄였다. 신규코인 상장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는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넘어 매달 흑자를 내고 있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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