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1년 지났지만… 지하차도는 여전히 '위험 사각지대'

홍승주 기자 2024. 7. 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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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의 패턴 망각의 파편 2편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사고 발생 직전 경고 있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해 참사 못 막아
숱한 재발 방지 대책 쏟아졌지만
시간이 흐른 뒤 대부분 폐기처리

30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1주기를 맞았다. 1년 전 그날 지하차도에 국가는 없었다. 사고 발생 직전 수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지자체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우리는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많은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지난 15일 1주기를 맞았다.[사진=연합뉴스]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 국가는 없었습니다. 임시제방이 터져 하천이 범람했지만, 누구 하나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양의 물이 지하차도 안에 있는 우리들을 덮쳤고 우리는 흙탕물을 마시며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우리는 구조됐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각자도생으로 탈출했을 뿐입니다(오송 참사 생존자 협의회 대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1주기를 맞았다.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5분께 미호강 임시 제방이 무너져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순식간에 지하차도에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흘러 들어오면서 차량 17대가 잠겼고,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발생 직전 수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무대응이 참사로 이어졌다. 충북도는 오전 6시 31분, 7시 2분, 7시 58분 3회, 청주시는 감리단장, 행복청, 경찰청으로부터 10여차례 신고를 받았는데도 교통을 통제하지 않았다.

여기에 제방 붕괴가 시작된 8시께부터 지하차도가 잠기기까지 30여분에 걸친 골든타임도 있었다(오송 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 현장에는 공사업체, 소방, 경찰 등이 있었으나 유관기관들에 상황은 전달되지 않았다. 오송 참사는 국가 재난 대책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명백한 인재人災다.

충격이 컸던 만큼 재발 방지 대책이 쏟아졌다. 지난해 7월 최춘식 의원(국민의힘ㆍ이하 당시 직함)은 '지하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의 골자는 지하차도가 침수될 것을 고려해 재난안전관리 당국이 사전에 침수예방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근 제방 안전관리, 사전 교통 통제, 배수펌프 설치와 작동점검 등을 다루는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고 이행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4개월 후인 11월 이번엔 임호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오송 참사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재난원인 조사를 진행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재발 방지 대책이 쏟아졌지만, 이중 대부분은 시간이 지난 뒤 폐기됐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두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었을까. 아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처리됐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도 있지만, 이는 1년 넘게 계류 중이던 거다.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대표발의한 '도시 하천 유역 침수피해 방지법'이 그것이다.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이 법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도시 하천 유역에서 갑자기 비가 많이 와 침수가 될 것으로 우려되는 지역은 지자체장 등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물재해상황실, 도시침수예보센터를 설치해 하천범람과 도시침수 통합예보를 할 수 있는 근거도 들어있다.

하지만 이 법 하나로 제2ㆍ제3의 오송 참사를 막는 건 역부족이다. 하천 범람 시 침수를 막을 만한 예방시스템이 너무도 부실해서다. 일례로, 전국 159개 지하차도엔 외수 침수 위험을 고려한 통제기준이 없다(감사원ㆍ2023년 11월 기준). 폭우 시 지하차도의 입구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지하차도 자동차단시스템도 전국 1091개의 지하차도 가운데 252개에만 설치돼 있다. 비중으로 따지면 23.1%에 불과하다(행정안전부ㆍ2024년 4월 기준).

공하석 우석대(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차도 자동차단시스템 설치를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선 정부가 설치비용 50%를 지원하는 등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관련법 제ㆍ개정 작업이 활발한 것도 아니다. '오송 참사' 특별법 주장이 나오긴 했지만 '공허한 목소리'만 맴돌고 있다. 일례로, 오송 참사가 터진 청주가 지역구인 이광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3일 성명서를 통해 '오송 참사 최고책임자 중대재해처벌법 기소'와 '오송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그 이후 달라진 건 없다.

인재를 막을 만큼 '조직 내 기강'을 세웠는지도 의문이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오송 참사 당시, 재난 및 안전관리법 4조에 명시돼 있는 대피 명령ㆍ통행금지 조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통행금지 조치를 내리고 차들을 우회시켰다면 단 한명도 유명을 달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법에 정해놓은 유기적인 재난관리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또다른 참사를 막으려면 철저한 사건 조사가 선행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오송 참사는 '책임자 처벌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숱하다. 도로 확장공사 책임자인 현장소장과 관리소장은 지난 5월 31일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 6월,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제방 관리, 도로 통제 책임이 있는 공무원 등 피고인 40명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최고책임자인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을 둘러싼 수사는 '기소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오송 참사 유가족인 장성수씨는 "자연재해를 빙자한 인재가 일어났는데도 관계자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잘못을 감추려 했다"며 말을 이었다. "처벌이 없다면 그냥 흘러가는 일이 될 수 있다. 향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 곳곳에 폭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여름 우린 또다른 참사를 피할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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