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소비 부진에 수출 둔화…유럽은 시차 두고 개선"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미국의 소비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우리나라의 미국향 소비재 수출 증가세가 점차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면 유럽향 수출은 최근 주요국의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소비와 제조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은 16일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BOK이슈노트'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이현아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과장과 고민지 국제종합팀 과장, 민동길 조사역, 백창인 조사역 등 4인이다.
보고서는 그동안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던 미국 소비가 올해 들어 재화와 저소득층 중심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봤다. 미국 소비는 팬데믹 충격 후 급감하였다가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원, 고용 호조 등으로 빠르게 회복해 주요국 중 유일하게 2010~2019년 추세 수준을 상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재화소비가 금리에 민감하고 고가인 자동차와 IT 기기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둔화됐고 식료품 등 생필품의 증가세도 약화되고 있어 소득계층별로는 저소득층 소비가 둔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고물가·고금리, 초과저축 소진, 취약가계 재정상황 악화 등이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누적된 데다 그간의 소비모멘텀을 지지해왔던 초과저축이 대부분 소진된 점도 원인으로 짚었다.
소비자 심리도 고물가 지속에 대한 가계 부담 증대와 실업률 상승 등에 따른 고용 악화 가능성에 상당폭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미시건대가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심리는 78.4에서 2분기에는 71.5로 떨어졌고 7월에는 66.0으로 더 내려갔다.
저자들은 미국의 소비가 금리에 민감하고 고가인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 약화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노동시장의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면서 내년 이후 장기추세 수준에 점차 수렴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근로소득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점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에 힘입은 고소득층의 양호한 소비여력, 미 연준의 금리인하 여건이 점차 조성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소비가 단기간 내에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장은 "미국은 아직 피벗이 시작되지 인하 금리 인하 영향이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소비 둔화 흐름이 지속되겠지만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둔화 흐름이 상쇄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지역 민간소비에 대해서는 미국과 달리 팬데믹 이후 장기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2년 이후 펜트업 효과 소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인상 등으로 소비 흐름은 팬데믹 이전 장기 추세를 회복하지 못했고, 특히 재화소비는 횡보 흐름을 지속 중이다.
보고서는 유로지역의 소비 위축은 미국보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컸던데 기인한다고 풀이했다. 유로지역은 미국보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데다 제조업경기가 장기간 위축국면을 지속함에 따라 가계 실질소득이 부진했다. 실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가계소비가 위축됐다.
유로지역은 에너지·식료품 수입의존도가 높아 러·우전쟁의 여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는 점도 있다. 가계 소비바스켓에서 에너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소비가 부진했고 러·우전쟁과 고금리에 유로지역 대부분 국가의 저축률이 팬데믹 이전보다 상승했다.
하지만 저자들은 최근 유로지역 소비는 최근 전환점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했다. 가계 실질소득이 디스인플레이션에 힘입어 최근 증가 전환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ECB(유럽중앙은행)의 점진적인 통화긴축 완화는 금리에 민감한 내구재 소비를 중심으로 개선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고 과장은 "그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였던 대비 소비재 수출은 우리기업의 수출 경쟁력 등을 감인하면 여전히 양호하겠지만 증가세는 점차 낮아질 것"이라면서 "부진했던 대 유로지역 수출은 유로지역 소비와 제조업경기가 나아질 경우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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