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이닝 돌파 임박' 두산 불펜 1위 마당쇠, 왜 4연투도 불사했을까…"믿고 공 안 뺏어도 되지?"

김민경 기자 2024. 7. 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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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 ⓒ곽혜미 기자
▲ 이병헌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너 믿고 공 안 뺏어도 되지?"

두산 베어스 좌완 이병헌(21)은 올해 유독 고생하는 불펜에서도 가장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 불펜은 16일 현재 391이닝으로 리그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반기 내내 외국인 원투펀치의 잇따른 부상 이탈 속에 선발진이 붕괴된 여파다. 두산 선발 이닝은 432⅔이닝으로 리그 8위에 머물러 있다. 두산 불펜은 이닝 2위 SSG 랜더스(368⅔이닝)보다 23이닝 정도 더 던졌고, 불펜 최소 이닝을 자랑하는 롯데 자이언츠(301이닝)보다는 90이닝을 더 던졌다. 400이닝 돌파가 임박한 팀은 현재 두산뿐이다.

이병헌은 순수 불펜으로 올해 두산에서 가장 많은 경기와 이닝을 책임진 투수다. 48경기에 등판해 42⅓이닝을 던지면서 5승, 9홀드,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했다. 최지강(45경기, 41⅓이닝)과 김택연(40경기, 41이닝)까지 풀타임 필승조 경험이 없는 3명이 올해 두산 불펜을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15일 이병헌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경기를 책임졌던 최지강이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과부하가 걸린 불펜이 더 걱정을 사고 있다.

사실 이병헌은 올해처럼 마운드에서 중용되길 간절히 기다렸던 선수였다. 2022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할 때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입단 직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강점이 구속이 살아나지 않고, 제구도 잡히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 이병헌 스스로 지난해까지는 "기가 많이 죽어 있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래서 올해는 일단 중요한 상황에 마운드에 설 기회가 늘어나 기쁘다. 이병헌은 "시즌 초까지만 해도 그냥 원포인트릴리스로 지난해와 똑같은 임무를 맡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한두 번 내게 주어진 기회를 잡으면서 중요한 상황에도 많이 나가고, 1이닝도 던지고, 멀티이닝도 던지면서 많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3연투 경기였는데도 1⅓이닝 동안 4타자를 책임져 눈길을 끌었다. 이병헌은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1이닝 21구, 12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1⅔이닝 21구를 던진 상태였다.

이병헌은 5-4로 앞선 6회 2사 1루 상황에 등판해 구자욱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6회말 두산이 한 점을 더 달아난 상황에서 박정배 투수코치는 이병헌에게 7회에도 등판해도 괜찮은지 물었고, 이병헌은 당연히 공을 놓지 않았다. 이병헌은 선두타자 강민호를 중견수 뜬공, 이성규를 헛스윙 삼진, 김영웅을 1루수 뜬공으로 깔끔하게 잡은 뒤 포효했다. 덕분에 두산은 8-4로 이길 수 있었다.

박정배 코치는 이병헌이 선두타자 강민호를 처리했을 때 마운드를 방문해 교체 의사를 한번 더 물었다. 이병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그랬을까.

이병헌은 "처음에는 2아웃에 올라갔으니까 원포인트로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코치님께서 '더 던질 수 있냐, 괜찮냐' 정말 여러 차례 물어보셨다. 그 자리에서는 '진짜 진짜 괜찮다'고 했다.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여기서 내가 깔끔하게 막지 못하면 또 나 말고 다음 투수가 멀티이닝을 던지게 될 것이니까 최대한 내가 더 많이 던지면서 다른 투수들이 1이닝만 끊어갈 수 있도록 하자'고 목표를 세웠다"고 이야기했다.

▲ 양의지 이병헌 ⓒ곽혜미 기자
▲ 이병헌 ⓒ곽혜미 기자

박 코치가 7회 마운드에 방문했던 상황과 관련해서는 "괜찮냐고 물어보시면서 '진짜 안 힘드냐'고 물으셨다. 괜찮다고 했더니 코치님께서 '왜 이렇게 공을 전력으로 못 던지냐, 진짜 괜찮은 것 맞냐'고 물으셔서 '진짜 괜찮다'고 했다. 코치님이 '너 믿고 공 안 뺏어도 되지?' 하셔서 '한번 믿어주십시오. 한번 막아 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답했던 것 같다. (양)의지 선배한테도 박정배 코치님이 더 가도 될 것 같은지 물어보셨는데 그냥 알아서 하라는 손짓을 해주셨다. 코치님이 그러면 믿고 맡기겠다고 하셨고, 그렇게 해서 던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박 코치가 투구 의사를 묻는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그는 "내가 프로에 와서 중간에 코치님이 올라오셔서 '더 던질 수 있겠냐'고 묻고 더 던진 게 내 기억에는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믿어주신 것 같아서 감사드리고, 그런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피칭을 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너무 대견하고 고맙고 미안하다. 3연투는 되도록 시키지 않으려 하는데, 정상적이었다면 점수가 좀 났으면 아웃카운트 잡고 그다음 이닝에는 바꿔줬어야 되는데 내가 사실 (김)택연이도 무리를 했고, (최)지강이도 무리한 상태라 병헌이가 한 이닝을 더 막아준 게 우리에게는 정말 좋은 영향을 줬다. 어떻게 보면 병헌이가 우리 팀을 위해 희생했다고 봐야 한다. 굉장히 미안하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이병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14일 잠실 삼성전에 앞서 팀에 "4연투도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1이닝은 어려워도 원포인트릴리스로는 가능하다고 의욕을 보였다. 왼손 불펜으로 이교훈이 있지만, 왼손 필승조가 귀한 팀 사정을 고려해 한 말이었다. 물론 코치진은 그런 이병헌의 의욕을 재빨리 꺾었다.

이 감독 역시 "병헌이가 자기도 된다고 그러길래 앞으로 중요한 날이 더 많이 남았으니까 쉬라고 했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병헌은 그만큼 올해 매우 성장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작년에는 잘 던지고 있다가도 스스로 무너졌다. 올해는 잘 던지는 경기도 많아졌고, 운도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타자를 상대할 때 풀카운트까지 가면 그냥 던지면 (타자가 배트를) 돌려주겠지, 어디든 던지면 헛스윙 하나 돌려주겠지 라고 생각하고 던진다. 작년에는 풀카운트가 되면 여기서 스트라이크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은 그냥 (스트라이크) 비슷하게 던지면 알아서 (배트가) 나오겠지 그렇게 좀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으로 던지다 보니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영하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이병헌은 "아무래도 1군에 나이대가 비슷한 투수들이 많아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의지도 되는 것 같다. 지강이 형이랑 택연이도 있지만, (이)영하 형이 이닝 수가 확 늘어나면서 그리고 영하 형이 앞에서 버텨주고 넘겨주면서 그만큼 의지가 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불펜이 다 잘 던지고 있으니까. 누가 던져도 다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서로 잘하려고 하고,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 같다. 최근에 한 한 달 만에 전광판에 시속 150㎞가 다시 찍히더라. 우연히 봤는데 그 숫자가 반갑더라. 시즌 초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라 더 올리려고 하진 않겠지만, 지금 구속을 잘 유지하면서 최대한 잘, 길게 버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이병헌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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