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해저케이블 당진공장, '기술 탈취' 의혹…수사 향배는?

이현주 기자 2024. 7. 16. 11: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위 LS전선 해저케이블공장 '기술 탈취' 의혹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 수사 진행 중
LS전선 "명백한 범죄…모든 법적조치 강구"
대한전선 "자체 기술력…배치도 얼마든지 구입 가능"
[서울=뉴시스]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 (사진 = 업체 제공) 2024.07.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국내 전선업계에 때아닌 '기술 탈취 의혹'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것도 업계 1위와 2위 업체 간에 벌어진 일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최근 전력 인프라 확충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선업계는 차세대 기술 확보에 어느 때보다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2위 업체인 대한전선이 1위 업체인 LS전선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큰 화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전날 경찰의 대한전선 피의자 전환 및 사무실 압수수색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냈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논란의 당사자인 대한전선은 "우리는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했다"며 "LS전선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활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사가 이처럼 첨예한 논란으로 대립하게 된 배경에는 한 건축사무소의 공장 설계 수주가 자리한다. 바로 가운종합건축사무소(이하 가운건축)가 대한전선 당진공장 설계를 맡은 것이다.

원래 가운건축은 LS전선 동해공장 설계를 맡는 등 LS전선 공장 건립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러다 LS전선의 경쟁사인 대한전선 공장 건설에도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기술 유출 의혹이 번진 것이다.

LS전선은 지상케이블과 달리 기술력이 한결 중요한 해저케이블 공장인 동해공장을 지난 2009년부터 운영해 왔다. 당시 이 공장 건축 설계를 맡은 곳이 바로 가운건축이다. 이 가운건축이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인 당진공장 설계까지 맡으며 기술 유출 의혹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이 의혹을 수사하기로 하고, 지난달 논란의 중심인 가운건축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가운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의 동해공장 1~4동 건축 설계를 전담하며 얻은 정보를 대한전선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LS전선은 특히 이 사건의 핵심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라고 강조한다.

LS전선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건축 설계는 일반 전선공장 설계와 달리 고중량의 케이블을 생산, 보관, 이동하기 위한 설비를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핵심이다.

통상 이 해저케이블 전선 공장은 500m-1㎞ 길이로 생산하는 지중 케이블과 달리 엄청난 길이의 특수 생산과 보관 설비 등에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케이블 길이가 수십km에서 수백km에 달하는 '장조장' 케이블을 만들기 위해선 수직 연합기와 턴테이블 같은 특수 설비가 필수다.

이런 해저케이블은 일반 도로로 운송할 수가 없고, 선박으로 날라야 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도 극비리에 이뤄진다고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선업계의 해저케이블 경쟁은 후발 업체들이 좀처럼 진입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전 세계적으로 초고압 지중케이블 업체는 수십 개에 달하지만,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업체만 놓고 보면 LS전선을 포함해 유럽과 일본의 6개사 정도로 경쟁구도가 한결 좁아진다.

LS전선은 2007년 세계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설비와 연구개발(R&D)에만 1조원을 투자해 공장을 확장하고, 아시아 최대 HVDC(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생산타워까지 건립했다.

이렇다보니 LS전선은 "수십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천억원의 실패 비용을 치르며 독자 기술을 정립하고, 설비를 제작한 노하우가 대한전선으로 상당부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LS전선 측은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를 하려면 설비 배치도(레이아웃)와 설비 수량, 턴테이블 배치 및 운영 정보, 케이블 이송 경로, 주요 설비의 특징과 설계 콘셉트 등을 확인 가능한 도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LS전선은 가운건축에 이 자료를 대부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운건축은 LS전선의 각 공장이 어떤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공장을 바꾸고 발전시켰는지, 모든 히스토리와 노하우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건축이 LS전선의 경쟁사인 대한전선과 또 다른 공장 건설 관련 계약을 맺은 것이니 기술 유출 걱정은 기우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계약금액도 LS전선이 냈던 금액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대한전선 측이 LS전선의 또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LS전선은 가운건축에서 촉발된 기술 유출 의혹이 또 다른 협력사들에게 확대되고 있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S전선 측은 경찰이 수사 중인 혐의 사실이 확정되면 국내외에서 대한전선을 상대로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사진 = 업체 제공) 2024.03.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대한전선은 기술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당진공장에 대해 "우리는 자체 기술력으로 이 공장을 건설했다"고 주장한다. LS전선 기술을 탈취하거나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전선 측은 "해저케이블 공장 레이아웃은 생산 규모와 공장 부지 형태 및 크기, 부두 위치 등을 고려해 거기에 맞게 결정하면 된다"며 "공장 설비 레이아웃은 핵심 기술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특히 공장 배치도는 해외 설비 업체로부터 얼마든지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으므로 기술 탈취 목적으로 경쟁사의 공장 레이아웃과 설비 도면을 확보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전선은 수십 번의 내부 검토와 연구를 거쳐, 이를 기반으로 당진 1공장 1단계를 완공했다"며 "현재 계획 중인 당진 2공장도 유럽 최대 케이블 설비 업체인 M사로부터 엔지니어링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다운건축 선정 배경도 공장 설계 경험이 풍부하고,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이처럼 팽팽한 입장 대립은 이제 경찰 수사 결과로 쏠린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이번 의혹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끝내고 검찰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수사 결과와 이어지는 검찰 기소 여부에 따라 양사의 대립은 오랜 기간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