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조 초대형 에너지사 탄생? SK '리밸런싱' 윤곽 드러난다

이성락 2024. 7. 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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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E&S 17일 이사회…SK㈜도 18일 이사회 예상
SK "여러 합병안,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 없어"

16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7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합병안을 논의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그룹 '사업 리밸런싱(재조정)'의 윤곽이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을 놓고 이사회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자산 총액 10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와 함께 SK온과 다른 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합병이 의결된다면 SK그룹이 리밸런싱 추진을 공식화한 후 3개월여 만에 방향성과 관련한 결과물이 나오는 셈이다. 앞서 SK그룹 경영진은 지난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경영 환경 변화에 관한 대응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 각 사업을 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해 기업 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석유화학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에너지 분야 중간 지주사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재생에너지 등을 맡고 있는 SK㈜의 계열사다. 두 회사 합병 추진 배경으로는 SK E&S의 현금 창출 능력이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가중돼 이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SK E&S는 지난해 매출 11조2489억원, 영업이익 1조4191억원을 기록했고, 특히 영업이익 면에서 SK이노베이션(매출 77조2885억원, 영업이익 1조9039억원)과 비교해 격차가 크지 않다.

리밸런싱의 핵심은 기존 사업 구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SK온을 살리는 것이다.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SK온은 2021년 출범 후 올해 1분기까지 적자(누적 2조6000억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기존 에너지·화학 사업은 운영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SK온 배터리 사업은 본원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화상 참석)과 SK 주요 경영진이 지난달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SK그룹

이와 함께 이번 이사회에서는 원유 수입·석유 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과 SK온을 합병하는 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E&S를 통해 자금 지원 여력을 확보하는 것과 별개로 알짜 회사를 붙여 SK온 자체적으로도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SK㈜도 오는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을 다룬다. SK㈜는 3월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지분 36.22%와 SK E&S의 지분 90.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한, SK㈜ 이사회는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도 논의할 예정이다.

물론 현재까지 언급되고 있는 리밸런싱 내용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재차 손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SK 측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전혀 없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다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SK그룹 내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재계는 리밸런싱 작업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뿐만 아니라, 그린·인공지능(AI) 등 다른 미래 성장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계속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 AI의 경우 지난달 말 열린 SK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인력 재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조직 통폐합이 이뤄지는 만큼 수뇌부에 대한 인적 쇄신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대표가 교체됐고, SK온 최고사업책임자가 보직 해임됐다. 일각에서는 매년 성과를 평가해 1년씩 임기를 연장하는 고강도 평가 시스템 도입이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난국을 맞은 회사 위주로 리밸런싱 변동폭이 크고, 이에 따라 인적 변화폭도 크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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