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잔혹사,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도 뒤탈 남기나 [정치에 속지 않기]

정치에서는 아군이 더 무섭다. 외부의 경쟁자(혹은 정적)를 상대하며 손을 잡았던 동지가 등을 돌려 공격하는 순간 더 참혹한 경쟁이 벌어진다. 진영이 쪼개지고 배신이란 말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요즘 여당인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많은 정치인과 논객들이 2007년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대선 후보 경선을 떠올린다.

이명박과 박근혜란 묵직한 정치인 간의 경쟁이었는데 당이 친이계와 친박계로 쪼개져 상대에게 의혹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 기업체 다스 실소유 의혹 등,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고 최태민 일가 관련 의혹이었다. ‘아군’ 끼리 경쟁에서 제기된 의혹은 결국 그 뒤로 10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서 두 전 직 대통령의 수사, 구속, 처벌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네 후보가 출마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자폭’ 혹은 ‘자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 상 선두를 달리는 한 후보를 겨냥한 원 후보 등 다른 후보들의 문제 제기와 친윤 인사의 장외 폭로전이 보수 진영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거다.

나경원·원희룡·한동훈·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인이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를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올해 초 김건희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와 무응답 상황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고, 총선 당시 공천 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가 나왔다. 또 김 여사 문자에 등장한 댓글팀 표현에 대한 공방과 한 후보 장관 시절 여론 조성팀이 운영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자 이런 의혹 제기와 논란이 훗날 큰 뒤탈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2007년 전례는 대선 경선 후보들 싸이에게 벌어진 일이란 점에서 지금과는 다르다. 하지만 현재 여당 당권 경쟁에 갈등을 벌이고 있는 원희룡, 한동훈 후보는 모두 대선 주자라는 점에서 갈등의 파괴력이 간단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곧바로 “‘당무개입(문자 관련), 사천(총선 관련), 댓글팀’ 등 3대 의혹이 모두 사실이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라고 파고들고 있다. 이미 야권이 김 여사와 한 후보를 겨냥한 특검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빌미를 준 셈이 됐다.

이상훈 MBN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