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 기준 ‘10석’으로 완화 법안 추진
조국혁신당이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0석으로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교섭단체 구성요건 하향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장식 혁신당 원내대변인은 16일 국회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와 관련한 법안을 곧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16대 국회부터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관련해 가장 많이 발의된 (의석) 숫자가 10석”이라며 “그래서 요건을 10석으로 완화하는 법률을 곧 발의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 당시 김민석 민주당 종합상황실장 등이 말씀하신바 (민주당에서도) 법안에 적극적으로 함께해주시길 요청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3월27일 4·10 총선 정치개혁 정책으로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발표한 바 있다. 김민석 민주당 선거대책위 상황실장은 당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싸우지 않는 상생 국회 측면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민주당이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에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관련 논의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현재 국회에서 정당의 지위는 교섭단체 구성 여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건국대학교 한국정치사회연구소는 국회 입법조사처 정책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교섭단체는 상임위원장, 상임위원회 간사 등 국회 안의 주요 직을 토대로 의회정치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소수당은 원구성이나 상임위원회 운영에서 직접적인 권한은 보장되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교섭단체를 의회 내 시민권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혁신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드라이브를 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국 전 대표는 22대 국회 개원 전까지만 해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전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개원 이후) 비교섭단체의 설움도 느끼고 있다”며 “12석 원내 3당이지만 국회 의사 결정, 운영 등 모든 과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며 교섭단체 구성 의지를 밝혔다.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최소 의석수가 10석으로 하향되면 혁신당은 다른 야당과의 연대가 없이도 단독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22대 국회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제대로, 끝까지 하기 위해 교섭단체 완화는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혁신당은 야권 192석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고 22대 총선을 확실한 윤석열 독재정권 심판 구도로 만들었다”며 “그러나 비교섭단체라는 족쇄가 뛰고 싶은 혁신당 의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16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계산해보니 (교섭단체 요건 완화 법안) 16건이 발의돼왔으나 거대 양당 이기심 때문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고 지적했다.
혁신당은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입법에 나서는 한편 민주당을 제외한 야6당과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제일 좋은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법을 바꾸는 것이지만 민주당이 동의를 안 해주면 바꾸기 힘들다”며 “그럴 경우 포기하지 않고 공동교섭단체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섭단체 관련 법규는 1949년 7월29일 국회법 제1차 개정 당시 신설됐다. 교섭단체 최소구성요건은 지금과 같은 20석이었다. 원내교섭단체의 권한이 확대된 것은 1961년 5·16 군사정변에 의해 출범한 제3공화국이 국회가 상임위 중심 체제로 전환되면서다. 6~8대 국회 때 최소 의석수는 10석으로 줄었다가 1972년 유신 이후인 1973년 9대 국회부터 다시 20명으로 늘었다. 20석 기준이 정해진 데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기록되지 않았다.
한국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은 해외 선진국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OECD 국가 중 교섭단체 구성요건이 높은 나라는 독일(32명)이 유일하다. 양원제 국가의 경우 하원을 기준으로 이탈리아는 한국과 같은 20명이며, 캐나다 12명, 스위스 5명, 일본 2명, 노르웨이 1명 등이다. 사실상 양당제인 영국과 미국 등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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