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 속 우체국 ‘골지체’ 활성화하는 이온 채널 찾았다

IBS “손상 시 기억력 감퇴…뇌질환 치료 표적으로 활용”

헬라(HeLa) 세포의 전자현미경 사진. 세포 각 부분을 다른 형광색으로 표현했다. 주황색은 골지체, 청록색은 DNA, 녹색은 미세소관이다./NIH

국내 연구진이 세포 내 단백질의 변형이나 운송을 담당하는 골지체의 이온 채널 메커니즘을 밝혔다. 뇌세포 골지체의 이온 채널 손상과 인지 장애와의 관계를 밝혀 뇌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 표적도 제시했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과 김호민 바이오분자 및 세포 구조 연구단 CI(Chief Investigator) 공동 연구진은 골지체의 형태 유지와 기능에 핵심적인 이온 채널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골지체(Golgi apparatus)는 세포에서 우체국 역할을 수행한다. 소포체로부터 합성된 지질과 단백질을 받아들여 가공하거나 변형시키고, 다른 세포 소기관과 세포 외부로 운송한다. 골지체의 형태 유지와 기능을 위해서는 이온 채널에 의해 내부가 약산성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온 채널의 이상은 골지체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지 장애를 동반한 알츠하이머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골지체 구조와 인지 장애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뇌세포 골지체의 주요 이온 채널을 찾기 위해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막단백질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에는 해마의 별 모양의 세포와 신경세포에서 높게 발현하는 ‘TMEM87A’라는 막단백질이 뇌세포의 골지체 내 산도를 조절하는 양이온 채널인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해당 막단백질의 생리적 역할을 강조해 ‘골프캣(Golgi-pH-regulating cation channel, GolpHCat)’으로 명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IBS의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이용해 3.1Å(1억분의 1cm를 나타내는 단위)의 초고해상도로 골프캣의 3차원 분자 구조를 규명했다. 초저온 전자현미경은 생체 시료를 영하 200도에 가까운 초저온 상태로 동결시켜 관찰하는 전자현미경이다.

골프캣이 세포막을 통과하는 단백질의 전압 변환에 따라 통로가 열리는 것도 확인했다. 골프캣은 세포 외부에서 세포막으로 이어지는 도메인과 7개의 세포막 관통 나선을 가진 막 관통 도메인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막 관통 도메인의 중앙에는 공동(空洞)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전압이 가해지면 막 관통 도메인의 세 번째 나선이 활성화돼 열렸다. 골프캣은 양이온이 이동하는 통로가 되어, 음이온 채널과 함께 골지체의 막 전압을 적절히 조절해 내부 산도와 같은 항상성 유지에 기여했다.

연구진은 골프캣이 손상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골프캣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의 뇌세포를 관찰했다. 골지체가 파편으로 나뉘거나 부어오르며 비정상적인 구조 변화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생쥐의 기억력 손상으로 이어졌다. 골프캣이 인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골프캣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인지 장애의 치료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호민 CI는 “이번 연구는 신경생물학, 구조생물학, 분자동역학, 글리코믹스(당질체학)를 포함한 첨단바이오 분야의 기술이 융합한 연구의 결과”라며 “학문 간 장벽을 허물고 협력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 성공적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이창준 단장은 “골지체의 형태적․기능적 변화가 어떻게 기억력에 관여하는지 밝혔다”며 “골치체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면 다양한 신경 퇴행성 뇌질환에서 발견되는 인지 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492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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