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스토리]SSG의 '탈팡족' 잡기…쿠팡의 '편리함' 이길까

정혜인 2024. 7. 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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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클럽 론칭 1년만에 식료품 특화 멤버십
다음달 쿠팡 가격 인상 후 이탈 회원 직접 겨냥
/그래픽=비즈워치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이 멤버십 서비스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을 최근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기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계열사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SSG닷컴에서의 쇼핑 혜택을 그로서리(식료품·생필품)에 집중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음달 중 가격이 인상되는 '쿠팡 와우' 멤버십 이탈 회원, 이른바 '탈팡족'을 겨냥한 멤버십이라는 븐석입니다. 관건은 SSG의 탈팡족 잡기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여부입니다.

가격 우세한 쓱배송 클럽

쓱배송 클럽은 기존 유니버스 클럽의 혜택과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이마트 5% 할인 쿠폰, G마켓 5% 할인쿠폰, 스타벅스 월 5회 별 추가 적립 등 계열사 할인 혜택은 똑같이 제공합니다. 신세계백화점 상품 무료 반품 혜택도 포함되죠.

여기에 그로서리에 집중한 멤버십답게 매달 쓱배송, 새벽배송 상품을 5만원 이상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8% 할인 쿠폰을 지급합니다. 또 1만4900원 이상 구매시 사용할 수 있는 무료배송 쿠폰 3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재 쓱배송은 4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로 배송해줍니다.

그렇다면 쓱배송 클럽을 쿠팡과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우선 가장 중요한 '멤버십 가격' 면에서는 SSG닷컴의 쓱배송 클럽이 훨씬 이득입니다. SSG닷컴의 회비는 연간 3만원, 현재 프로모션을 적용해 1만원인데 이를 1만5000원의 장보기 지원금으로 돌려주죠. 사실상 5000원을 받으면서 가입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SSG닷컴은 타사 유료 멤버십 이용 화면을 인증하면 1회에 한해 1만5000원의 SSG머니도 제공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이벤트에도 참여한다면 1만원을 내고 쓱배송 클럽에 가입한 후 총 3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쿠팡 와우는 다음달 7일 월 7890원으로 오르는데, 이를 환산하면 연간 9만4680원에 달합니다.

혜택 면에서도 쓱배송 클럽이 그다지 뒤쳐지지는 않아 보입니다. 쿠팡 와우는 쿠팡 외에 쿠팡이츠 무료 배달, 쿠팡플레이 무료, 로켓직구 무료 배송 혜택을 포함합니다. 쓱배송 클럽 역시 유니버스 클럽처럼 신세계 계열사에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죠. 쿠팡 와우와 쓱배송 클럽 모두 회원 전용 특가 상품도 운영합니다. 

특히 쓱배송 클럽이 '그로서리' 특화 멤버십인만큼 쿠팡 '로켓프레시'와도 비교해볼 수 있는데요. 로켓프레시는 쿠팡의 장보기 서비스입니다. 쿠팡의 제품들은 와우 회원이 아니어도 구매할 수 있지만, 쿠팡프레시는 와우 회원만 이용 가능합니다. 1만5000원 이상 구매하면 항상 무료 배송을 해줍니다.

반면 쓱배송 클럽은 1만4900원 이상 구매시 사용 가능한 무료 배송 쿠폰 3장을 지급합니다. 열흘에 한번 정도 장볼 것이 많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혜택이라고 하는데요. 무료배송 기준이 쿠팡보다 100원 낮다는 게 눈길을 끕니다.

멤버십 혜택 외에 기본적인 것도 비교해야겠죠. 쿠팡 로켓배송과 SSG닷컴 쓱배송, 새벽배송 중 어느 쪽이 더 편리할까요? SSG닷컴에 따르면 쓱배송 가능 지역은 전국 약 85%에 해당합니다. SSG닷컴 물류센터 외에 전국 이마트, 트레이더스 점포 150여 곳을 PP센터로 활용하고 있어서죠. 다만 새벽배송 지역은 제한적입니다. 새벽배송은 SSG닷컴 네오 등 자체 물류센터에서만 하고 있어 현재는 수도권에서만 이용 가능합니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 로켓배송 가능 지역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약 95%가 쿠팡 로켓배송 가능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도서 산간 지역에도 배송까지 가능하다고 하네요. 

편리함은 '글쎄'

종합하자면 쓱배송 클럽이 쿠팡 와우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격과 혜택만 보면 다음달 월 회비가 인상되는 쿠팡을 탈퇴하고 SSG닷컴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겠죠. 어차피 쓱배송 클럽 가입비가 사실상 무료인 상황이니 쿠팡과 SSG닷컴을 모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쿠팡 고객이 얼마나 SSG닷컴을 선택할지에는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쿠팡의 압도적인 '편리함' 때문인데요. 쿠팡의 장점은 빠른 배송 외에도 '단순한 이용 방법'에도 있죠. 멤버십 혜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쓱배송 클럽 혜택은 참 좋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많이 붙고 사용이 번거롭다는 느낌이 듭니다. 8% 할인을 받으려면 5만원 이상 사야 하고, 계열사 혜택을 받으려면 그 회사의 웹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 점 등은 불편해보입니다.

반면 쿠팡의 혜택은 단순합니다. 쿠팡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 비용이 '무료'라는 겁니다. 배송비 무료, 반품 무료, 배달비 무료 등 제품 구입 비용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입니다. 쿠팡 와우 회원이라면 쿠팡에서 쇼핑을 하든, 음식을 배달 받든, 드라마를 보든 얼마나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쿠팡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고객이라면 아무리 가격이 오른다 하더라도 쉽게 다른 쇼핑몰로 옮겨가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 / 사진=쿠팡

실제로 SSG닷컴이 지난해 내놓은 유니버스 클럽도 1년이 넘은 현재까지 기대만큼 많은 회원을 끌어오지는 못했습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모여 상당히 많은 혜택을 제공한 유니버스 클럽마저 성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죠.

이 때문에 유니버스 클럽과 유사한 혜택을 제공하는 쓱배송 클럽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유니버스 클럽 혜택은 쓱배송 클럽과 상당히 비슷한데요. 계열사 할인 혜택, 신세계백화점 상품 무료 반품 혜택은 동일합니다. 매달 제공되는 할인쿠폰 SSG닷컴 전체 상품 대상인지, 쓱배송 상품 한정인지 등만 조금 다를뿐입니다.

변수는 쿠팡의 가격 인상입니다.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연간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은 아무래도 부담스럽죠. 요즈음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더 그렇습니다. SSG닷컴이 이 시점에 쿠팡을 겨냥한 별도 멤버십을 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로서리 강자

그렇다면 하필 SSG닷컴이 신규 멤버십의 차별점으로 '그로서리'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SSG닷컴이 이마트를 모태로 하고 있어 그로서리에 강점이 있어서입니다. SSG닷컴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부를 합쳐 탄생했는데요. 사업 초기부터 그로서리 비중이 상당히 컸습니다.

최근에는 비식품(라이프스타일) 비중이 더 커지긴 했으나 여전히 그로서리가 SSG닷컴 거래액의 약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경쟁력이 이마트를 기반으로 한 그로서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최훈학 SSG닷컴 신임 대표를 선임한 것도 그로서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차원에서였죠.

반면 신선식품은 잘나가는 쿠팡의 몇 안 되는 약점으로 꼽힙니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의 1위 사업자이고 공산품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요. 그로서리는 여전히 오프라인 채널의 영향력이 큰 영역이다 보니 쿠팡 역시 계속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로켓프레시의 판매 수량이 전년 동기보다 70% 늘었다고 밝혔는데요. 성장률이 높긴 하지만 그만큼 아직 로켓프레시 사업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최훈학 SSG닷컴 신임 대표. / 사진=신세계그룹

그로서리는 아직 오프라인에서 구입하는 비중이 크지만 이커머스에서의 성장률도 상당히 높습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보다 14.9% 성장했습니다. SSG닷컴 입장에서는 스스로 '그로서리 강자'라고 생각하는 만큼 이 시장을 차지하고 싶을 겁니다. 또 그로서리는 전국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점포와 재고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마트 할인점 사업 매출을 늘리는 효과도 있죠.

다만 그로서리 버티컬 플랫폼 경쟁사들이 많다는 점은 SSG닷컴에게 위협 요소입니다.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이미 그로서리 전문 이커머스들이 시장에 자리를 잡은 상황이죠. 쿠팡뿐만 아니라 이들과 경쟁을 하는 것도 SSG닷컴의 과제입니다.

업계의 관심은 다음달 중 쿠팡 가격 인상 후 탈팡족 규모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데요. 대신증권은 와우 멤버십 해지율 36.6%까지는 가격 인상이 쿠팡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반면 해지율이 생각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탈자가 많지 않을 거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당연히 현 시점에서 쿠팡 이탈자 규모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SSG닷컴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겁니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유료 멤버십을 선보이고 마켓컬리 역시 혜택을 세분화하고 확대한 신규 멤버십을 론칭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SSG닷컴은 과연 탈팡족을 잡을 수 있을까요? 쿠팡 이탈자가 의외로 적을 수도 있고, 이들이 SSG닷컴이 아닌 다른 경쟁사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결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 수 있겠죠.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혜택을 누리면서 이커머스 시장 승자가 누구인지 지켜보는 것도 좋겠네요.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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