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대기표처럼 ‘새집’에 줄 설 때 필요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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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 3줄 요약>
• 청약 통장 있어야 새 집 싸게 살 기회 얻는다.
• 가입 기간 중요하니, 청약 통장 없다면 지금 만들자.
• 청약 통장 2년간 꾸준히 납입하면 일단 준비 완료.
안녕하세요. 한겨레 경제산업부 기자 남지현입니다. 여러분은 내 집 마련 준비, 잘하고 계시는가요? 저는 내 집 마련이 너무 먼 얘기처럼 느껴져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어요. 특히, 매달 청약 통장에 돈은 꼬박꼬박 넣으면서도 활용할 줄은 몰랐죠. 사실, 청약만 잘 활용해도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올 수 있는데 말이죠. 오늘은 저처럼 내 집 마련이 멀게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 청약 제도에 대해 알아볼게요.
새 집 사고 싶다면 청약 통장 필요해요
청약을 잘 몰라도 ‘로또 청약’이라든가 ‘어디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몇백 대 1이었다더라’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청약은 집을 사는 한 방법이에요. 어떤 집을 콕 집어 사고 싶다고 줄을 서는 거죠. 이미 지어진 집이라면 그냥 주인에게서 집을 사면 되겠죠? 하지만 일정 규모(30세대 이상) 이상의 새 주택은 첫 입주자를 무조건 공개모집해야 해요. 그럼, 나라에서 정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 당첨자를 뽑아 집 살 기회를 줍니다.
‘내가 집 사겠다는데 갑자기 웬 정부?’ 싶으시겠지만, 집이란 게 사려는 사람은 많고 물건은 적다 보니 투기꾼들 말고 정말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집 살 기회를 주기 위해 정부가 1977년부터 이렇게 개입하기 시작했어요. 아무튼, 이렇게 줄을 설 때 필요한 게 청약 통장이에요. 맛집에 줄 서는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청약 통장은 일종의 입장표인 셈이죠.
청약 제도를 이용하면 새집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새집을 ‘헌 집’보다 싸게 살 수도 있어요.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특정 지역에 짓는 새집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가격을 제한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를 분양가 상한제라고 합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정부 정책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현재는 공공택지(공공이 보유·개발한 집 지을 수 있는 땅)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에만 적용돼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보통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분양가가 정해져요. 나중에 집을 팔 때는 시세대로 팔아 많게는 수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탓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 청약을 ‘로또 청약’이라고들 부릅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이런 로또 청약에 우선권을 갖죠. (단,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집을 사고 6개월∼3년간은 되팔 수 없어요. 이걸 전매제한이라고 합니다.)
청약 통장부터 만듭시다
자, 그럼 어떻게 하면 청약으로 집을 살 수 있을까요? 1단계는 청약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우선 청약 통장이 있어야 합니다. (간혹, 청약 통장 없이도 아파트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다음 편에 설명할게요.)
청약 통장이 없다면 은행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면 돼요. 인터넷은행에선 아직 가입할 수 없고,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과 아이엠뱅크·부산·경남은행에서 만들 수 있어요. 미성년자도 가입할 수 있으니 자녀 명의로 청약 통장을 만들어 두는 것도 좋겠죠.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이란?> 19∼34살이면서 연소득이 5천만원 이하이고, 무주택자라면 올해 2월 출시된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에 가입하세요. 무주택기간이 2년째부터 10년째까지는 일반 청약 통장 금리(연 2.8%)에 우대금리를 얹어 연 4.5% 금리를 적용해 줍니다.
집이 없어야 유리한 청약의 세계
두번째로는 집이 없어야 합니다. 다만, 주택 종류나 공급 방식(분양 방식)에 따라서 집이 있어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요. 찬찬히 살펴볼게요.
청약으로 살 수 있는 집은 크게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으로 나뉘어요. 국민주택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공공기관이 짓거나 공공 자금을 투입해 지은 집이에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같은 지방공사가 짓고 분양하는 공공주택은 모두 국민주택입니다. 공급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공공 자금(주택도시기금, 정부나 지자체 재정)으로 건설비를 대고 민간 건설사가 지은 주택도 국민주택이에요. 공적 성격을 띠다 보니 크기가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로 제한되는 게 특징입니다.
민영주택은 국민주택이 아닌 모든 주택, 즉, 민간 건설사가 민간 자금으로 지은 집이에요. 흔히 우리가 잘 아는 ‘푸르지오’, ‘래미안’, ‘자이’ 같은 브랜드 아파트들이죠. 민영주택은 따로 평수 제한이 없습니다.
<전용면적이란?> 베란다를 뺀 거실, 화장실 등 실제 생활 공간 크기를 말해요. 우리가 흔히 아파트 평수를 얘기할 때는 이 전용면적에 공동 현관이나 계단 같은 공용 공간 면적을 더한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전용면적 25평은 실제론 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33∼34평 아파트를 말합니다.
자, 그럼 국민주택과 민영주택 청약에는 누가 참여할 수 있을까요? 우선 어디 사는지가 중요합니다. 국민이든 민영이든, 청약하려는 주택이 있는 지역이나 그 인근에 현재(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살고 있어야(주민등록등본상) 청약을 넣을 수 있습니다. 가령, 서울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서울·인천·경기도 거주자만 청약을 넣을 수 있어요. 부산에 살면서 서울에 청약을 넣을 순 없는 거죠.
다음으로 중요한 게 자가 보유 여부입니다. 국민주택은 가족 모두 집이 없는 상태여야 청약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청약 제도에서는 이걸 ‘무주택세대 구성원’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무주택세대 구성원’이란?> ‘세대’는 주민등록등본상 한집에 사는 가족인데, 청약 제도에서는 그중에서도 ‘나’와 배우자,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부모(직계 존속)와 자녀(직계 비속)까지를 한 세대로 봐요.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집이나 분양권이 있으면, 우리 가족은 무주택세대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가족 누구도 국민주택(+민영주택 특별공급) 청약에 참여할 수 없는 거죠.
단, 형제자매는 세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같이 사는 형제자매의 주택 보유 여부는 내 청약 자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또 부모가 집이 있더라도, 만 60살 이상이면 신청자는 집이 없는 무주택세대로 인정해 줍니다.
만약 본가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데, 부모님이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국민주택 청약에 참여할 수 없어요. 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독립하면 됩니다. 주민등록등본상 부모님과 세대가 분리되면 내 청약 자격도 부활하는 거죠.
누구나 도전 가능한 민영주택 일반공급
무주택세대 구성원이 아니면 청약에 도전할 수 없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민영주택은 가능해요. 다만 공급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주택 공급 방식이란 표현은 집을 지어 분양(판매)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본 것이고, 주택을 사려는 저희 입장에서는 분양 방식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공급 방식엔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이 있어요.
일반공급은 일정 자격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그래서 민영주택 일반공급의 경우 청약 통장만 있으면 무주택세대 구성원이 아니어도 청약 참여가 열려있습니다.
반면, 특별공급은 정부가 특별히 주택 구입을 지원해 주려는 사람들만 신청할 수 있어요. 특별공급에는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 △다자녀가구 △기관추천 △노부모 부양자 특공 등이 있습니다. 이름만 봐도 누구를 위한 건지 감이 오시죠? 공적 분배 성격이 짙은 특별공급은 민영주택이더라도 무주택세대 구성원이어야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청약으로 집을 사는 데는 4가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국민주택+일반공급’ ‘민영주택+일반공급’ ‘국민주택+특별공급’ ‘민영주택+특별공급’ 이렇게요.
1순위 통장은 본선행 티켓
청약 참여 자격이 된다면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내 청약 통장을 1순위로 만드는 겁니다. 일반공급은 1순위 통장 가진 사람에게 먼저 물량을 배분한 다음 남은 걸 2순위에 풉니다. 1순위가 우선권을 갖는 거죠. 1순위 통장을 만드는 건 특별공급 청약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별공급에는 순위 개념이 없지만, 특별공급에서 요구하는 청약 자격이 1순위 요건과 비슷하거든요. 그러니 1순위 통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겠죠?
1순위 요건은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이 달라요. 국민주택은 1순위가 되려면 청약통장에 가입한 기간과 돈을 납입한 횟수가 중요합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가장 기준이 높은 투기과열지구 청약에서 1순위로 인정받으려면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2년 이상이어야 하고, 납입 횟수도 24회 이상이어야 해요.
민영주택 청약에서 1순위가 되려면 가입 기간과 납입 금액이 중요합니다. 역시 지역별로 다르지만, 청약 통장 가입한 지 2년이 지났고, 통장에 1500만원 이상이 있다면 1순위 ‘프리패스’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만약 돈이 모자라도 방법은 있습니다. 입주자모집공고일이 뜬 당일에 기준 금액만큼을 한 번에 채워 넣어도 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민영주택 청약에서 1순위 자격을 갖추기 위해 청약 통장에 있어야 할 최소 금액을 ‘예치기준금액’이라고 하는데요, 내가 현재 사는 지역과 청약하려는 주택 크기에 따라 필요한 금액이 달라지니 아래 표를 참고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이라면 추가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국민이든 민영이든 △세대주여야 하고 △과거 5년 이내 세대 구성원 중 누구도 다른 주택 청약에 당첨된 적이 없어야 하죠.
여기까지 따라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오늘은 본격적으로 청약에 나서려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청약 통장이 없거나, 만든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이 자격과 1순위 요건을 단기 목표로 삼으시면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내게 유리한 청약 전략을 짜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들을 알려드릴게요.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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