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밀문서 혐의 기각에 불만 고조…"헌법 무시한 판결"
"터무니 없을 정도로 법적 논리 결여…판사 해임해야"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이후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를 기각했다. 판결을 내린 판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예상된 판결이었으나 판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법원의 에일린 캐넌 연방판사는 이날 93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혐의를 수사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임명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스미스 특별검사가 의회 인준을 받지 않았고 법무부가 예산을 지원한 것도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캐넌 판사는 "최근 행정부의 특별검사 임명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이는 철저한 법적 검토 없이 임시방편적인 패턴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미스) 특별검사의 지위는 임명 권한을 법무부에 부여하면서 의회의 중요한 입법 권한을 빼앗았다"고 판시했다.
캐넌 판사의 이날 판결은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그는 지난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임명한 판사로 재판 절차를 연기시키고 압수된 기밀문서를 검토할 특별조사관을 지명해달라는 요구를 수용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왔다.
이에 캐넌 판사가 이날 판결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혐의가 적법한지에 대해서는 판결하지 않고 특별검사의 임명에 대한 불법성을 판결해 사건을 기각하자 미국 사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캐넌 판사의 판결에 대해 "보수적인 성향의 법조인들은 헌법과 연방법의 문구를 준수하는 데 자부심을 가졌으나 이제 보수적인 판사들이 헌법 조문을 무시하는 듯한 판결을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칼럼니스트는 "미국 정부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메커니즘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CNN도 캐넌 판사의 판결에 대해 다른 여러 법원들의 판결과 상충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조지타운 대학의 로스쿨 교수인 스티브 블락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캐넌 판사의 판결은) 헌법의 임명 조항에 대한 극단적인 해석일 뿐 아니라 한 명의 판사가 지지하는 주장이며 많은 판례가 이를 반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캐논의 판결은 법무부가 정치적 통제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기소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캐논 판사에 대한 교체 및 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에릭 홀더 전 법무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기각한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을 정도로 법적 논리가 결여되어 있다"며 "항소해야 하고 무능한 판사는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는 판결을 두고 "캐논 판사가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없으며 재배당 되어야 한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다.
스미스 특별검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다. 피터 카 특별검사 측 대변인은 "사건을 기각한 판결은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를 임명할 법적 권한이 있다는 앞선 판례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법무부는 특별검사가 이날 판결에 상소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소를 하더라도 오는 11월 대선 전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블락덱 교수는 "연방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가면 캐논 판사가 아닌 특별검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1·6 기소(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의사당 난입을 촉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의 미래는 올해 11월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법적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초엔 연방대법원에서 재임 기간 중 공적 행위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받기도 했다.
CNN은 캐논 판사의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스미스 특별검사가 제기한 트럼프에 대한 혐의에 무게를 두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 볼 때 이번 판결은 더 좋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yellowapoll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괌 원정출산 산모, 20시간 방치 홀로 사망…알선업체 "개인 질병, 우린 책임 없다"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14만 유튜버 "군인들 밥값 대신 결제" 말하자…사장님이 내린 결정 '흐뭇'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