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리또속’은 없다?…리플의 이유 있는 폭풍질주 [투자360]

리플 일주일 새 25.5% 상승
비트코인(12.3%), 이더리움(13.1%) 능가
SEC와 소송 매듭 전망 속 기대감에 자금 유입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가상자산 시가총액 7위인 리플(XRP)이 최근 일주일 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상승률을 앞지르며 고공행진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폭등한 비트코인과 이달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전망이 나오는 이더리움보다 2배가량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3년 넘게 리플의 발목을 잡았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매듭지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면서다. 리플은 그동안 급등 후 이내 떨어지는 패턴을 반복, 속칭 ‘리또속(리플에 또 속냐)’이라는 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는데 이번에는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6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리플은 이날 오전 7시 기준 개당 0.5339달러로 일주일 전(9일 오전 7시) 0.4253달러 대비 25.53% 올랐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12.26%), 이더리움(13.12%) 상승률보다 높다. 올 들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강세장 속 부진하던 리플은 연초 가격(0.6157달러)에 회귀했다. 리플이 기록한 역대 최고가는 3.093달러(2018년1월7일)다.

리플 강세는 증권성 소송이 마무리될 거란 기대감 영향으로 풀이된다. ‘리플 소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0년 12월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를 증권성 위반 혐의로 제소한 사안이다. SEC는 가상자산이 증권이라는 판단하고 미등록 증권 거래는 불법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소송을 담당한 뉴욕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지난해 7월 사실상 리플 측 손을 들어줬다. 토레스 판사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 판매는 가격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에 증권이라 봤지만,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는 증권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 SEC는 항소하며 법정 공방을 3년 넘도록 이어가고 있다. SEC는 리플랩스 외에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을 상대로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미국 법원에서 가상자산업계 손을 들어준 판결이 재차 나왔다. 지난달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지방 법원의 에이미 버먼 잭슨 판사는 바이낸스와 SEC 간 소송에서 바이낸스의 가상자산 바이낸스코인(BNB)에 대한 2차 시장 거래 혐의를 기각했다. 잭슨 판사는 리플이 증권이 아니라는 토레스 판사의 판례를 인용했다. 이에 소송 중인 리플 입지가 더 유리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잭슨 판사 판결 이후 리플 거래량은 54% 늘어나며 기대감이 빠르게 유입되는 흐름이다. 다만 SEC 측은 바이낸스 소송과 리플 소송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리플 소송 결과가 이르면 3분기 나올 것이란 예상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매체 코인에디션은 “SEC가 오는 18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리플과의 합의 옵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이르면 3분기 매듭지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리플이 SEC와 소송에서 부분적으로 승소했을 때도 가격이 크게 올랐었다”며 “리플을 둘러싼 구조적인 이슈로 이번 상승세도 관련 기대감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리플은 지난해 7월 판결 당일에도 거래소에서 5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리플 승리로 소송이 마무리될 경우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을 둘러싼 법적불투명성도 해소될 전망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위한 증권성 해석 걸림돌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23일 현물 ETF 출시 전망이 나오는 이더리움도 당초 증권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증권성 판단 기준이 되는 ‘스테이킹(가상자산을 맡기고 이자를 얻는 개념)’ 때문이었다. 다만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 추진 과정에서 스테이킹 내용 삭제를 요구했고, 신청 기관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출시가 가능해졌다.

한편 비트코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발(發) 물량 대거 매도 우려에 따른 하방 압력을 극복한 흐름이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