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월급 100만원 넘게 깎여” 삼성 노조 불안 확산…사측 “무노동 무임금 고수” [비즈360]

2024. 7. 16. 10: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기한 총파업 2주차, 장기화 양상에 임금손실↑
대리급 120만원·과장급 150만원 다음달 급여서 공제
전삼노 집행부, “파업타결금 받아내겠다”며 동참 독려
노조법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 명시…사측 “타결금 없다”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의 총파업이 일주일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노조 내부에서 파업 장기화에 따른 임금 손실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사측은 파업기간 동안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불변이라고 강조하며, 파업타결금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노조게시판 등에 “파업 때문에 100만원 정도 임금이 준 거 같은데 타결금 얼마나 받을 수 있나”, “노조는 날짜별 파업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나”, “타결금 관련 조합원 전체에게 동일한 금액을 주는지, 파업근태 일수 만큼 주는지 뭐가 사실인가” 등의 글을 올리는 등 내부에서 파업타결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관련 법률에 따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며, 추후 파업 근태의 연차 전환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삼노는 지난 8일 1차 총파업을 시작으로 지난 1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제 2주차에 접어든 상태다. 지난주(8~12일) 5일 연속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의 경우 주휴수당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6일치 통상임금이 다음달 급여에서 공제된다. 직급에 따라 대리급 조합원의 경우 지난주 파업 참가로만 90만~120만원, 과장급은 110만~150만원의 임금 손실이 발생한다.

무기한 파업이 길어질수록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앞서 전삼노 집행부들은 지난 1일 ‘무임금 무노동’ 총파업 선언과 함께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된 모든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파업 Q&A를 통해 “(파업)타결금을 받아내면 손해가 없다”, “타결 후 연차 전환을 사측에 요구하겠다”는 식으로 파업 동참을 유도했다. 여기에 파업 근태를 상신하지 말고 출근하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파업 참석 여부를 회사가 미리 알고 대응할 수 없게끔 사실상 무단 결근을 권유하는 셈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파업타결금 요구 금액이나 보상 방법 등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 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불변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파업기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노조법 등에도 명시돼있다. 노조법 제4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해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그 기간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노조도 쟁의행위 기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해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헤럴드DB]

파업 2주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노사협상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삼노 측은 2차 총파업 선언문에서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창립휴가 1일 보장 ▷임금 공통인상률(베이스 업) 3.5% ▷성과금 제도 개선 ▷무임금 파업으로 인한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 4가지 안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원만을 위한 해당 요구 사항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이 여전히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총파업은 예상보다 장기화될 전망이다.

무기한 총파업 집회 참가자는 시간이 갈수록 크게 줄어들고 있다. 첫 총파업이었던 지난 8일에는 약 3000명(경찰·사측 추산)의 조합원이 집회에 참가했지만, 지난 15일에는 약 200명으로 줄었다. 다만, 집회 참가와 별개로 출근을 하지 않는 형태로 총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은 이보다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삼노 가입자는 지난 15일 기준 3만3500명을 돌파했다.

전삼노 측은 ‘생산차질’을 총파업 목표로 내걸며 HBM(고대역폭메모리) 라인 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가 감소하며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HBM 생산 차질을 정조준해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은 상반기 실적 개선 ‘일등공신’이다.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필두로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리면서, AI 성능을 대폭 강화하는 필수 메모리로 부상했다. 엔비디아, AMD 등 AI 가속기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폭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한발 뒤처지고 있다. 하루 빨리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하반기 공급 및 대량 양산 시작이 예상된다. 미국 마이크론도 HBM3E 양산에 나서며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HBM은 범용 D램과 달리 고객 맞춤형 특성이 강하다. 고객사와 긴밀히 협업해 성능, 용량 등 스펙을 맞춰야 하며, 생산 안정성이 중요하다. 총파업 이슈로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 고객사와의 신뢰도 하락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편 FT(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들도 이번 삼성 총파업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FT는 지난 14일 ‘위기의 삼성, 전례 없는 직원 동요로 AI 야망에 타격’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 직원들의 사기 떨어졌다고 경고했다. 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에서는 TSMC에 밀리면서 직원들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jakmee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