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상품권 모으는 것도 아니고" 지명권 수집 비판, 트레이드 시장 더딘 진짜 이유?

나유리 2024. 7. 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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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1회초 2사 3루 NC 김휘집이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6.27/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 시즌 중 숱하게 트레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구단들 사이에 오간다. 이중 실제로 진지하게 심화 논의를 거쳐 성사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올 시즌은 더욱 그렇다.

최근 한 야구인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권 수집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백화점 상품권 모으듯이 모으지 않나"라고 빗대 표현했다.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키움은 지난해 열린 2024년도 신인 지명 드래프트에서도 이미 지명권 수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24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키움은 최원태를 트레이드로 보내면서 LG 트윈스로부터 이주형과 김동규,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받았다. 또 KIA 타이거즈와의 주효상을 핵심으로 한 트레이드를 통해 2라운드 지명권 1장을, 삼성 라이온즈와의 김태훈-이원석 트레이드를 통해 3라운드 지명권 1장을 추가로 손에 넣었다.

결국 키움은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명, 2라운드 2명, 3라운드 2명씩 각각 지명할 수 있었다. 원래 LG의 지명 순번인 1라운드 전체 8순위에서 전준표를 지명한 후 곧바로 자신들의 원래 순번인 9순위에서 김윤하를 선택했다. 2라운드에서는 이재상과 손현기를, 3라운드에서는 이우현과 김연주를 각각 지명했다. 타팀들과 비교해 1~3라운드 최상위 지명 신인을 2배나 더 많이 뽑은 셈이다.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현장. 스포츠조선DB

올해 열릴 2025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키움은 가장 바쁠 예정이다.

NC 다이노스와의 김휘집 트레이드를 통해 신인 지명권만 2장을 얻었다.

당시에도 야구계는 깜짝 놀랐다. 김휘집은 2021년도 신인으로 키움에 입단했던 선수. 당시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 지명을 받았고, 2002년생으로 올해 22세에 불과하다. 아직 리그 최정상급 내야수라고 볼 수는 없어도 장타력까지 갖춘 미래 발전 가능성이 더 큰 선수로 보고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대체 어떻게 김휘집을 트레이드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키움이 아닌 다른 구단이라면 김휘집은 그냥 트레이드 불가 자원 수준이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큰데. 다른 팀이면 절대 트레이드로 내놓지 않을 선수지만 키움이라 가능했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 유격수 김휘집이 수비를 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6.26/

그런 김휘집을 트레이드 하면서, 키움이 NC로부터 받은 대가는 선수가 아닌 1,3라운드 신인 지명권 2장이었다. 현장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다. 당장 올 시즌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 1명이 사라지고, 대신 뛸 수 있는 선수는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입단할 상위 라운드 신인 2명이 추가된다는 희망 뿐이다.

그러나 키움 구단이 설계한 방향이다. 그 덕분에 키움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 전체 1순위와 NC의 지명 순서인 전체 7순위를 지명할 수 있게 됐다. 또 3라운드에만 총 3명을 지명할 수 있다. 올해 좋은 고교 유망주들이 많아 상위 라운드 지명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3라운드에서만 6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좋은 자원 싹쓸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트레이드는 양 구단의 이해 관계가 최종적으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성사된 것이다. 어느 한 쪽이 강탈하듯 빼앗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단어 그대로 '거래'다. 또 지명권을 수집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구단의 육성 방침이자 생존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는 지명권 수집 가능 개수를 KBO에서 제한을 걸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정 구단의 싹쓸이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트레이드 시장이 올해 유독 더 더디다. 몇몇 대어급 선수들이 트레이드 매물로 나왔다고 하지만, 상대 구단들이 워낙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트레이드를 하고는 싶은데 신인 지명권을 건네기에는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은 7월 31일이다. 약 2주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또 한번의 '빅딜'이 성사될 수 있을지 야구계 전체의 관심이 쏠린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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