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통령 후보로 39세 밴스 선택…‘개천 용’ 인생 역전
정치 신인, 변호사·벤처캐피털 거쳐 상원의원
강경 보수 성향 ‘트럼프 아바타’…서민층 공략할 듯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39세의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을 지명했다. 자신의 ‘아바타’를 택해 강경 보수 노선을 강화하는 한편, 서민층에 호소해 경합주 표심을 공략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랜 고민과 생각 끝에 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 밴스라고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 의원의 해병대 근무, 오하이오주립대 및 예일대 로스쿨 졸업 등의 이력을 나열하며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오하이오주, 미네소타주 등의 노동자 및 농민들에 강도 높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흙수저’ 출신인 밴스 의원의 성장사는 경합주 공략에 딱 들어맞을 것으로 보인다.
밴스 의원은 1984년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나 켄터키주 잭슨을 오가며 자랐다. 부모는 밴스 의원이 어릴 때 이혼했으며 약물 중독인 모친 아래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교 중퇴 위기를 극복하고 오하이오주립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며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 이후 2021년 상원의원 도전에 나섰으며 2022년 5월에 공화당 경선에서 후보 자리를 차지한 후 같은 해 11월 당선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러스트벨트 미국인들의 상실감을 파고든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가 론 하워드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되며 히트한 것을 계기로 전국적 유명 인사가 됐다.
밴스 의원은 이번 부통령 후보 선정 과정에서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옆자리를 꿰찼다.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명예회장 등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들은 그를 선택하지 말라고 압박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직접 경쟁한 적이 없고, 트럼프에 헌신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도널드 주니어가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강하게 밀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밴스는 초선 의원으로, 지난 1952년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다. 블룸버그통신은 밴스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마흔살 어리다며 “공화당의 잠재적인 세대 교체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밀레니얼세대를 선택했다”며 “공화당의 표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벤스는 2016년 공화당 당원으로 활동한 초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 “문화적 헤로인”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으나 2018년부터 친트럼프로 돌아선 후 지금은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에도 동참하는 등 그를 변호하는 ‘트럼프 아바타’로 평가된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도 그는 러스트벨트의 경합주 주민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를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강경 보수파’이자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이 벤스 의원이 러닝메이트가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즘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그는 불법 이민 차단, 기후변화 평가 절하, 우크라이나전쟁 조기 종식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핵심 ‘친트럼프’ 의원이다.
밴스 의원의 부통령 후보 낙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 10년 전에 시작한 트럼프주의(Trumpism) 운동이 그의 뒤를 이어서도 지속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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