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내 연락이 반가울까?’...망설여질 때 쓰는 방법

곽노필 기자 2024. 7. 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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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연습 통해 심리적 장벽 낮춰야 의지 강해져
사람들은 옛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을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OGAN WEAVER/Unsp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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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기간 행복 연구인 미국 하버드대의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에 따르면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 비결은 좋은 인간관계다.

1938년 시작돼 80년간 계속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정기적인 방문조사, 건강검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가족과 친구, 공동체와의 사회적 연결이 긴밀할수록 행복감이 더 높고 몸도 더 건강하며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이사, 결혼, 직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교류하던 사람과의 연락이 끊어지거나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다. 세월이 흐른 뒤엔 옛 친구가 그리워도 선뜻 찾아볼 작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소통 도구가 있어 비교적 쉽게 다시 연락을 취할 수도 있지만 막상 첫 단추를 꿰기가 망설여진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라라 애크닌 교수(사회심리학)와 영국 서섹스대 길리안 샌드스톰 교수(친절심리학)는 공동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옛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을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심리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캐나다와 영국의 청년 약 2500명을 대상으로 한 7가지 실험과 연구를 통해 연락을 꺼리는 이유와 다시 교류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살펴봤다.

연구진은 우선 첫번째 연구에서 참가자들의 대다수(90%)는 여전히 가슴 속에 간직하고는 있지만 연락이 끊긴 옛 친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70%)는 다시 연락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이었다.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와 같은 심정

그러나 사람들은 말과 달리 행동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실제 옛 친구에게 연락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1000여 명의 두 그룹 참가자들에게 다시 연결되기를 원하고 친구도 연락하면 고마워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락처도 갖고 있는 옛 친구가 있는지 물었다. 그런 다음 이들에게 옛 친구에게 보낼 메시지 초안을 작성하고 보낼 시간을 줬다. 그러나 실제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약 3분의 1(28%, 37%)에 그쳤다. 연구진은 너무 많은 걸 따지지 말고 그냥 메모부터 보내도록 권고하는 등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옛 친구에게 연락하는 걸 이렇게나 꺼린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설문 결과 쓰레기를 줍거나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와 같은 정도로 옛 친구에게 연락하는 걸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연구진은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옛 친구와의 심리적 거리가 그만큼 멀어진 때문으로 풀이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답변을 토대로 옛 친구가 자신과의 연락을 꺼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 막상 연락이 닿았을 경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어색할 것이라는 걱정, 그동안 연락을 끊은 것에 대한 미안함 등을 심리적 장벽으로 꼽았다.

연구진은 그러나 일단 먼저 연락을 한 뒤에는 대부분 이전보다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연락을 받은 옛 친구도 놀라워하면서 기뻐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2년 전 사이먼프레이저대의 애크닌 교수(왼쪽)가 대학 시절 친구인 서섹스대의 샌드스톰 교수에게 간단한 새해 인사 메시지를 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사이먼프레이저대 제공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방법은?

관리할 수 있는 친구의 범위가 150명이라는 ‘던바의 수’로 유명한 옥스퍼드대 로비 던바 교수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우정을 구성하는 7개의 기둥 중 얼마나 많은 걸 공유하느냐가 우정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우정의 7가지 기둥은 공통의 언어(사투리), 거주지(고향), 직업 경로, 취미나 관심사, 세계관, 음악 취향, 유머 감각이다. 던바 교수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땐 관심사가 한데 모이는 경향이 있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않으면 7개 기둥에서 서로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옛 친구에게 연락하는 게 주저된다면 먼저 지금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식으로 연습을 해보라고 권고했다. 좀 더 편안하게 연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연습을 통해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법을 쓴 결과 옛 친구에게 기꺼이 연락하겠다는 사람의 비율이 3분의 2(66%)로 높아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2년 전 애크닌 교수가 대학 시절 친구인 샌드스톰 교수에게 간단한 새해 인사 메시지를 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애크닌은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그리워 연락했는데, 함께 할 수 있는 연구과제를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나누다 ‘옛 친구와의 재교류’를 주제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4271-024-00075-8
People are surprisingly hesitant to reach out to old friend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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