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 위안화, 다 꿇어”… 무적의 $uper money[Global Economy]

황혜진 기자 2024. 7. 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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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Economy - 혼란스러울수록 더 찾는다… 대체불가 ‘달러’
각국 중앙銀 유로화 보유 비중
4년새 21.29 → 19.69% 감소
위안화는 3년새 2.80 → 2.15%
우크라·가자 등 곳곳 전쟁 발발
올해 1분기 달러 비중 58.85%
달러 패권 당분간 이어질 전망
달러에 새겨진 벤저민 프랭클린(왼쪽부터), 파운드의 찰스 3세 영국 국왕, 위안화의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 엔화의 기타자토 시바사부로 초상화.

달러가 위안화 부상과 탈달러화 움직임에도 국제사회에서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위안화가 유로화에 이어 달러의 맞수로 떠오르며 달러 패권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화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달러를 넘어서는 통화의 등장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배력 강화하는 달러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며 달러 영향력 약화를 시도했다. 위안화가 국제 무역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홍콩을 중심으로 위안화 시장도 육성됐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미국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시킨 것도 달러 결제 수요를 줄여 달러 패권 약화를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현재 달러의 영향력은 다른 통화를 압도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준비금) 중 달러의 비중은 58.85%로, 지난 2020년(58.92%) 이후 하락을 멈췄다. 반면 위안화 비중은 2021년 2.80%까지 늘었지만 이후 계속 감소해 올해 1분기 2.15%까지 떨어졌다.

달러 영향력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과 반대의 상황이 2020년 이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유로화 비중은 2020년 21.29%에서 올해 1분기 19.69%로 주요 통화 중 가장 뚜렷하게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에 대한 수요 증가는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 수요를 대체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달러는 통화의 글로벌 위상을 보여주는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서도 가치가 높아졌다. 2022년 발표된 최근 개정안에서 달러의 가중치는 43%로 직전 2016년 개정안 때보다 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위안화의 가중치도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1.4%포인트(10.9%→12.3%)에 불과했다. 통화바스켓에서 가중치가 가장 많이 줄어든 통화는 유로화로 같은 기간 37%에서 31%로 6%포인트나 감소했다. 달러는 이외에 외환거래·국제채무·국제차관·국제결제 부문에서도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며 주도권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 영향력, 계속되는 이유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달러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도 달러의 영향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달러가 최고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커진 데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등 국제사회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국제사회는 달러 패권의 부작용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의 가치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달러는 이미 지불과 준비 통화로서 공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가장 영향력 있는 기축통화란 점에서 가치가 크고 변동성 역시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위안화는 중국 공산당의 일방적인 정책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국제통화로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프리마베라 캐피털의 프레드 후 회장은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국제화는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최대 무역 국가이자 대규모 금융 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보다 시장 규모와 깊이가 부족하고 자본 계정도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치 개혁과 법치주의 확립, 부처 간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한 위안화가 달러의 아성을 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때 달러의 대항마로 꼽혔던 유로화 역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가입 국가가 정체되고 통화 정책과 권한을 놓고 국가 간 이견이 이어지면서 달러의 영향력을 넘지 못하고 2등 기축통화로 남은 상황이다. 포린폴리시는 “달러 패권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달러 자체의 가치가 높아서가 아니다”라면서 “달러를 대체할 경쟁 통화의 경쟁력 부족과 예상치 않은 지정학적 리스크 덕분”이라고 짚었다.

◇달러 패권은 당분간 이어질 듯

영국 싱크탱크인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이 최근 전 세계 73개 중앙은행 외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18%가 향후 1~2년간 달러 매입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1년 전 6%에 비해 3배나 많아진 것으로, 세계 중앙은행들이 달러 매입을 줄이던 추세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석했다. OMFIF는 특히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며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함께 위안화 비중은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달러에 대한 국제사회의 종속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미국의 순채무는 2014년 6조 달러에서 2024년 18조 달러로 증가했다. 10년 새 미국의 순채무가 3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는 미국인이 해외에 보유한 자산보다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내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투자가 달러로 진행된 만큼 해외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 상승을 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를 유지·상승시키기 위해 낮은 금리를 감수하는 손해도 마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고 해도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해외에 투자한 미국 자산 가치가 상승하고 수출에서도 환차익을 보게 된다. 포린폴리시는 전 세계가 달러 패권을 우려했다면 이 같은 달러 함정에 대한 노출을 줄였어야 했다면서 “미국이 세계 국가들을 더욱 가혹한 초크홀드(목조르기) 상태에 빠트렸다”고 평가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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