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못 돌려준 빌라 전세보증금 2.7조원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1년 전 대비 43.5%↑
서울 화곡동, 인천 부평동·주안동 순으로 보증사고 잦아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서울의 빌라 밀집 지역 ⓒ 연합뉴스

올 상반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 규모는 올 연말이면 5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조6591억원, 사고 건수는 1만2254건으로 집계됐다. 빌라 전세사기, 역전세 여파가 끓이지 않으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1조8525억원)보다 43.5% 급증했다.

다만, 월별 보증사고 액수는 지난 2월을 정점으로 4개월 연속 줄고 있다. 보증사고액은 2월 6489억원에서, 3월 4938억원, 4월 4708억원, 5월 4163억원, 6월 3366억원으로 서서히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월 3000억원 이상의 규모를 보이고 있어 올해 연간 보증사고액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4조3347억원)를 뛰어넘는 약 5조원으로 전망된다. 집값이 치솟았던 2021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2022년 4분기 이전까지 체결된 전세 계약이 연말까지 줄줄이 만기도래를 앞두고 있다.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을 요청 받은 HUG가 올해 상반기 대신 갚은 대위변제액은 총 2조42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액수인 1조3347억원보다 53%나 늘었다.

올해 전세 보증사고가 가장 많은 지역은 여전히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었다.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화곡동에서는 498건의 보증사고가 발생, 피해 규모가 1181억원에 달했다.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른 화곡동 일대 주택들은 올 초부터 무더기로 경매에 나오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경매가 진행 중인 화곡동 내 주거용 건물은 139건이다. 대부분이 다세대 주택,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을 다세대 주택으로 불법 이용하는 '근생빌라'로 확인됐다.

화곡동 다음으로는 인천 부평동(485건·937억원), 주안동(327건·530억원), 숭의동(257건·494억원)·간석동(201건·353억원) 등 인천 지역의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눈에 띄었다.

2020년 이후의 전세 보증사고 건수를 보면, 화곡동에서는 2020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4년5개월 동안 2952건이 발생했다. 사고액은 6713억원에 육박했다.

이어 인천 부평동(290건·4125억원), 주안동(1140건·1864억원), 숭의동(906건·1760억원), 간석동(797건·1517억원), 서울 양천구 신월동(711건·1587억원) 순으로 누적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