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부착한 소’ 착유량 37㎏ → 45㎏… IoT 축사, FTA 경쟁력 높이다[FTA 경쟁력, 농업 고도화의 힘]
(2) 축산업 혁신 가속화 이끄는 ‘스마트축산’
발정·온도 체크 등 질병 관리로
관리가능한 착유 마릿수도 늘어
냉난방 가동 · 사료 급여량 제어
경영비 절감 탄소배출량도 줄여
정부, ‘디지털 전환’ 역점 사업화
청년농가 뽑아 운영노하우 전수
“원유(源乳) 생산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스마트축산 시설 덕을 많이 봤죠. 제가 배합한 사료에 대한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거든요.”
송세근 도성목장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목장에 설치된 스마트축사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2009년부터 경기도 양주에서 후계농으로서 젖소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송 대표는 ICT 기반 스마트축산 시설로 자신이 개발한 ‘배합사료’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축사 내부에는 발효사료 배합기, 사료빈 체크기, 선풍기 조절기, 차광망 자동스위치 등 갖가지 시설들이 구비돼 있었다. 특히 젖소마다 카우매니저 건강·발정탐지기 센서가 귀에 부착돼 있는데 송 대표는 이를 통해 젖소의 발정 상태·온도·반추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어 소의 질병 관리나 배합사료의 효과 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 목장에서 키우는 젖소는 총 102마리다. 매일 평균 45㎏의 원유를 생산하는데 스마트축사 이전(2016년 기준)에는 37㎏에 불과하던 원유 생산량이 스마트축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는 최고 48.8㎏까지 늘었다. 관리 가능한 착유 마릿수도 더 늘었다. 송 대표는 “건강한 발효 사료를 직접 만들어 양질의 원유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데, 축사의 ICT 장비로 더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노동력은 물론 생산비 절감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축산은 시장 개방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혔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 개방 과정에서 축산업계는 가장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도 이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농가의 변화 등으로 축산 분야는 시장 개방에도 규모화·기업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그러나 여건은 썩 좋지 않다. 축산농가 입장에선 사료 가격 인상 및 노동력 부족 등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고, 축산업 특성상 발생하는 악취와 이산화탄소 등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부담도 크다. 여기에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전염병에 대한 방역 강화 등 사회적·환경적 책임의 이중고를 떠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10년간 가축사육 농가는 19.9% 감소했고, 70세 이상 경영주 비중도 2013년엔 27.45%에서 2022년엔 34.3%까지 늘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스마트축산은 복합화하고 있는 축산 현장문제 해결과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 확충을 위한 효과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부터 ‘축산분야 ICT 융복합 확산사업’ 등을 시작으로 스마트축산을 보급하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누적 기준 총 7265개 농장에 스마트축산을 보급했다. 이는 전업 축산농가 3만1506호의 23.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축종별 보급농가는 한우 농가가 58%로 가장 많고, 양돈과 낙농가가 각각 16%, 가금농가가 7.7% 순이다. 스마트축산이란 축사 내 설치된 사물인터넷(IoT)이 온도·습도·악취 등 환경정보, 가축의 사료 급여량과 증체량 등 생육 데이터, 활동·기침·발정 등 가축 건강 상태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냉·난방기 가동, 급여량 조정 등을 제어하는 축산업을 말한다. 축산농가는 축사에 설치된 각종 센서를 통해 온도, 습도, 암모니아 등의 농도를 감지하고 환풍기, 쿨링패드 등 축사환경 제어장치를 통해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전기, 냉난방과 같은 투입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또 사료 급여량을 최적화해 분뇨·악취 최소화, 탄소배출 저감, 경영비 절감 등을 이뤄내고 있다.
올해도 농식품부는 역점 사업 중의 하나로 스마트축산 보급을 지정했다. ICT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축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스마트축산 고도화를 2024년 핵심 추진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했다. 올해는 스마트축산 보급과 확산을 고도화해 축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혁신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특히 스마트축산 활용과 그 성과 확산을 위해 청년 선도농가를 50명 내외로 선발해 스마트축산 청년 서포터스로 위촉하고 신규 농업인 등을 대상으로 일대일 멘토링과 지역별 스터디를 통해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그 활용 역량 제고를 지원키로 했다. 또 대학 등과 연계해 스마트축산 교육 실습장 2개소를 시범 구축하고 지난 6월부터는 실습 교육을 시범 제공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축산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축종·분야별 스마트축산 기술과 전문인력 양성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며 “유망 스마트축산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기술·제품에 대한 실증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투자설명회, 유망기업 정보 제공 등으로 기업의 투자 활성화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제역 이후 목장에 스마트 시스템 도입… “값싸고 우수한 배합사료 출시할 것”
■ 송세근 도성목장 대표
“한국에서 최고 산유량을 기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가 배합한 사료를 상품화하거나 젖소를 개량하는 것 또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송세근(38·사진) 도성목장 대표는 거침없이 자신의 목표를 얘기했다. 젖소목장을 운영 중인 그는 우유를 많이 생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낙농업계에서 자신이 배합한 최고의 사료가 널리 쓰이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2009년 한국농업대 대가축학과를 졸업한 직후 후계 영농인으로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낙농업에 뛰어든 그는 2010년 구제역으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 6개월 휴식 후 다시 재기에 나선 그는 스마트축산 시스템을 목장에 도입했다. 정보통신기술(ICT)로 작동되는 스마트축사는 젖소의 원유 산유량을 늘리는 데 획기적인 도움을 줬다. 그는 “구제역으로 쉬다가 목장을 다시 시작하게 됐을 때 다짐했던 목표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그 결과 나만의 사료 배합 노하우를 갖게 됐고, 한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산유량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5년 가까이 독학으로 사료 배합을 시도했다. 원유 생산량 증대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조차 없었다. 학교에서 배운 사료배합이나 소 생체정보 등은 너무 이론적이었다. 송 대표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방법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했다”며 “더러 여러 박사님들께 자문한 후 저만의 방식을 만들어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축사 도입 후엔 직접 자신이 배합한 사료를 먹였을 때 소의 생체정보 변화를 곧바로 체크할 수 있어, 다음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됐다. 정부가 지원하는 스마트축산 관련 정책자금도 지금의 송 대표가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그는 “국내 일일 평균 산유량이 30㎏ 후반대인데, 우리 목장은 49㎏ 가까이 도달했고, 50㎏까지 증산할 것”이라며 “꾸준히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해서 기존 사료 회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저렴한 단가, 우수한 품질의 배합사료를 출시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 제작지원/
2024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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