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정석… “독일인이 부르는 것처럼 느끼도록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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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연광철(사진)은 동양인으로서 콧대 높은 클래식 본토의 선입견을 정면으로 깨뜨린 세계적인 '바그너 가수'이다.
연광철은 현지에서도 가장 정석적인 바그너를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광철은 "한국 음악계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데, 그 공급이 관객이 원하는 수준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누구나 노래할 수는 있지만, 티켓을 팔고 무대에서 노래하려면 훨씬 더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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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서 청각이 시각 압도해야
동양인 편견 깨는 건 노래 뿐”
베이스 연광철(사진)은 동양인으로서 콧대 높은 클래식 본토의 선입견을 정면으로 깨뜨린 세계적인 ‘바그너 가수’이다. 독일인의 자부심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150회 이상 출연했고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티안 틸레만, 키릴 페트렌코 등 세계 최고 지휘자들이 중요한 무대를 위해 그를 찾는다. 지난 10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연광철은 “무대에 선 동양인에 대해 서양 관객들이 느끼는 이질감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내 노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체로 북구의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바그너 오페라는 장대하다. 특히 베이스 파트는 왕 역할을 많이 맡는다. 연광철은 “동료 중에도 ‘왜 동양의 왕이 여기 있냐’며 비아냥대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청각이 시각을 압도해야 한다”며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당신 키가 굉장히 큰 줄 알았는데’라며 놀란다”고 웃었다. “눈을 감고 들으면 독일 사람으로 느껴지도록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길을 걸어왔습니다.”
연광철은 현지에서도 가장 정석적인 바그너를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음 역시 현지인 수준이다. 그는 “이질감을 해소하려면 쿠르트 몰 등 세계적 성악가들의 평균점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연광철은 오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홍석원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독창회를 연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과 베르디 ‘돈카를로’ 등을 부르지만, 역시 그가 들려줄 바그너 음악이 관심을 모은다.
그에게 바그너 음악의 매력을 알려달라고 하자 “사실 지루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내지르는 구간이 있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비해 바그너 오페라는 심오하단 평가가 많다. 우선 국내에 전체 작품이 공연되는 일이 극히 드물고,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사이에 주고받는 라이트모티브(유도동기)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듣기 위해 공연 전 ‘예습’을 권한 연광철은 “한국 관객들이 생소해할까 봐 대충 부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독일에서와 똑같이 정석적으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광철은 16일엔 성악도들을 지도하는 워크숍도 연다. 연광철은 젊은 성악가들이 뮤지컬이나 트로트 등으로 전향하는 풍조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클래식은 운동선수처럼 20대 후반에 끝장나는 게 아니다”라며 “60대까지 길게 봐야 하는데, 당장의 인기를 좇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광철은 “한국 음악계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데, 그 공급이 관객이 원하는 수준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누구나 노래할 수는 있지만, 티켓을 팔고 무대에서 노래하려면 훨씬 더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객 수준에 맞춰서 공연하면 발전이 없어요.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관객들이 감동을 받으면 그만큼 좋은 무대가 많아지게 될 겁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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