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때는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현실화?
2000년대 부시 행정부 땐 주한미군에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지난 2003년 11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21세기 새로운 안보환경에 맞춰 해외 주둔 미군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을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의 대결을 위해 서유럽과 동북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한 해외 주둔 미군을 대량살상무기(WMD)·테러 등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재배치하고 기지를 통폐합하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해외주둔 미군을 유연하게 배치해 세계 어디서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게 목표였다.
9·11 테러로 미국 본토가 테러리스트의 공격 목표가 된 충격을 반영한 새로운 전략으로 평가됐다. 불특정 테러세력이나 불량국가(rogue state)들의 위협에 더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을 완전히 새롭게 편제하겠다는 것이다.
GPR에는 당연히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후방 분산 배치도 포함돼있어 국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미 정부는 2003년 4월부터 2004년 9월까지 12차례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에서 주한미군 재비치 합의서를 도출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새롭게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15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개최한 정책 페스트 행사에서 이와 관련해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 후보 중 한 명인 콜비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기조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상대인 중국과의 결정적 순간에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패권경쟁에 돌입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도록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하면 세계 경제 절반 이상을 지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아가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일본, 한국, 인도, 호주 등 다른 아시아 국가는 중국보다 약하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국과 인도를 모델로 제시하면서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비율을 주요 기준으로 거론했다.
그의 발언은 당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인 2020년 6월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일 주둔 미군 일부를 폴란드에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는 독일 주둔 미군을 3만4천500명에서 2만9천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폴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약속인 GDP 대비 국방비 지출비중 2%를 달성한 8개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었다.
그는 독일을 비롯해 2% 기준을 맞추지 못한 NATO 회원국들을 향해 "빚을 지고 있다"을 쓰며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다시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문제가 현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유럽 뿐 아니라 동아시아 주둔 미군, 특히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트럼프 집권 1기 외교안보 핵심 참모였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현지에서 열린 CNN-폴리티코 주최 대담에서 독일을 포함한 NATO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유럽 사람들은 그들의 공정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며 "그들은 왜 자신들 군대를 위해 비용지불을 하면 안 되는가"라고 따졌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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