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가이즈’, ‘놀아주는 여자’와 이토록 뜨겁다고?(종합)[단독인터뷰]
‘핸섬가이즈’와 ‘놀아주는 여자’가 이토록 뜨거웠을 줄이야. 영화 ‘핸섬가이즈’ 남동협 감독과 종합편성채널 JTBC 수목극 ‘놀아주는 여자’ 김영환 감독은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로에게 웃음과 위로의 술 한잔을 건네준 뜨거운 ‘27년 지기’였다.
15일 서울시 상암동 모처에서 스포츠경향이 확인한 두 사람의 27년을 #어쩌다보니 데뷔 동기, #돈 없어도 믿는 구석, #꿈꾸는 후배들에게 등 세 해시태그로 나눠 전달해보려 한다.
■#어쩌다보니 데뷔 동기
상명대학교 97학번 동기인 두 사람을 ‘친구’로 이어준 건 ‘짝사랑’이었다. 당시 한 여학생을 서로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놀아주는 여자’ 김영환 감독이 먼저 고백했다가 차이면서 관계에 물꼬가 트기 시작했다.
남동협 감독(이하 남) | 전 속으로만 좋아하고 내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영환이가 먼저 고백했다가 안 받아준다고 울면서 제게 하소연하더라고요. 나도 짝사랑하는데 말이죠. 짝녀에게 차인 남자의 고민을 들어주고 제 딴엔 조언도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죠. 그렇게 27년지기가 됐어요.
두 사람은 단편 영화를 함께 만들면서 더욱 서로를 각별하게 생각했다. 스포츠경향이 입수한 27년 전 당시 사진만 봐도 얼마나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다.
김영환 감독(이하 김) | 그땐 둘 다 대(大)감독이 될 거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서로 특별한 실력이 있다고 말했거든요. 하하. 함께 작업하면 재밌고, 선배들이나 교수님들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니’라고 칭찬해줘서 우린 정말 우리가 특별한 줄 알았죠.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일 행복해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두 사람 모두 핑크빛 미래가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정작 ‘필드’로 나오니 모든 순간이 녹록지않았다. 남동협 감독은 2001년 ‘천사몽’ 제작부 막내로 발을 들인 뒤 ‘해안선’ ‘어깨동무’ ‘연리지’ ‘1번가의 기적’ 스태프를 거쳐 ‘내 사랑’ ‘베스트셀러’ ‘티끌모아 로맨스’ ‘머니백’ ‘상류사회’까지 다수 조감독으로 20여년 영화 현장에 존재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핸섬가이즈’로 소위 말하는 ‘입봉 감독’이 되었다. 김영환 감독도 다르지 않다.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막내로 시작해 십여편 넘는 작품에서 스태프로 일해왔고, FD를 거쳐 SBS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부터 공동연출로 합류했다. 빨리 데뷔할 것 같았지만, 이후로도 8편의 작품에서 공동연출로 이름을 올린 뒤 ‘놀아주는 여자’로 비로소 데뷔의 기회를 얻었다. 어쩌다 보니 돌고 돌아 두 친구가 같은 해에 데뷔하게 된 셈이다.
남 | 사실 39살 이후론 감독 데뷔를 포기하려 했어요. 전문 조감독으로 월급받으면서 일하자 싶었는데 운이 좋게도 지금의 제작사(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데뷔 제안이 온 거였죠. 리메이크작이긴 하지만 나다운 영화를 만들려고 애썼고, 영화계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신인감독으로서 제가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게 정말 감사한 상황이에요. 손익분기점 넘은 자체로도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럽고요.
김 | 저에게도 ‘놀아주는 여자’는 의미있는 작품이에요. 캐릭터 하나하나를 시청자가 얼마나 사랑해주느냐에 집중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봐도 서지환 역의 엄태구에 대해 ‘서고라니, 서찐따’라고 애칭도 붙여주면서 사랑해주고 한선화에겐 ‘물복숭아 같다’고 엄청 회자되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소기 목적에 달성했다 느껴요.
■#돈 없어도 믿는 구석, 내 친구
역시나 ‘찐친’이다. 두 사람은 개구쟁이처럼 계속 장난기 가득한 티키타카를 주고받았다. 그러면서도 평소엔 말하기 낯간지러운 진심을 툭툭 던지기도 했다. 김영환 감독에게 ‘남동협은 어떤 존재냐’고 대놓고 물었다. 그러자 로맨틱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 | 남동협은 제게 첫사랑 같은 존재죠. 절대 이뤄질 수 없지만요. 하하. 제가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마음 속 얘기를 동협이에겐 하거든요. 아마도 짝사랑 여자에게 차였을 때 위로받은 이후부터 마음이 편해졌나봐요. 지도 좋아했으면서 절 위로해주다니요. 하하. 그때를 기점으로 군대 휴가도 맞춰나오기도 하고, 자주 만났는데 특히나 비슷한 업계이다 보니 서로 정말 많은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된 것 같아요. 든든하죠.
‘첫사랑’이 나왔으니 화답으로 ‘끝사랑’이라도 말해야하는 것 아닌가. 농담에 남동협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남 | 그건 아니고요. 그렇지만 김영환은 제게 가족만큼이나 힘이 되는 사람이에요. 영화업계가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영환이가 있었기 때문이죠. 영화와 드라마지만 비슷한 길을 친구라는 존재가 가끔은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김영환이 ‘어떻게 하면 좋은 감독이 되느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말한 적 있는데, 제겐 그 좋은 사람 중 일순위가 영환이에요. 돈 없을 때에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사이죠.
■#꿈꾸는 후배들에게_기다리면 기회는 온다
20여년 넘게 성실하게 현장을 지키며 기회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같은 해에 데뷔하게 된 두 사람. 비슷한 꿈을 꾸는 후배들이 제일 궁금할만한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될 듯 되지 않는 ‘희망고문’은 어떻게 이겨야 하나요. 그러자 ‘희망고문’ 회전문에 갇힌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대답들이 돌아왔다.
남 | 데뷔 전엔 막연히 ‘해보기라도 했음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버텼어요. 그리고 해보니 굉장히 낮은 확률에 목숨을 건 거였지만, ‘중요한 건 결국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구나’라고 느꼈죠.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독하게 파고드려고 해야하고요. 주변 관계를 잘 다지면서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강한 마음으로 버티다 보면 결국엔 기회는 오는 것 같거든요. 그걸 어떻게 살리느냐는 그동안 스스로 쌓아온 노력과 운의 빛이 발해야하겠지만요.
김 | 인내하는 건 어렵지만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고 성취를 조금씩 이룬다면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연출 막내를 할 땐 조연출로 올라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조연출을 했을 땐 하루 한씬이라도 촬영하고 싶다는 목표치를 설정했는데요. 그러면서 감독님에게도 목소리를 냈죠. 인서트라도 상관없으니 촬영할 기회를 달라고요. 감사하게도 혹여 저와 남동협 감독을 보고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목표라도 세워서 그것에 대한 성취감을 누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남동협 감독의 ‘핸섬가이즈’는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하필이면 귀신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로, 예상치 못한 전개와 웃음포인트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전국 극장가서 절찬리 상영 중.
김영환 감독의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형님 ‘서지환’(엄태구)과 키즈 크리에이터 고은하(한선화)의 반전 충만한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로,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받고 있다. 매주 수, 목 저녁 8시 50분에 방송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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