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빚 수렁 빠져… 자영업자 연체율 9년 반 만에 최고치 찍었다

지난 15일 서울 시내의 한 가게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시스

고금리 장기화에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9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의 건전성이 떨어질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 16일 공개한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은 0.51%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연체율은 지난 2월 같은 0.51%로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3월 분기 말 상·매각으로 하락했다가 4월 반등한 뒤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중 신규연체는 2조7000억원 발생했다. 전월(2조6000억원) 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2조원으로 같은 기간 5000억원 늘었다. 신규연체율은 0.12%로 전월과 동일했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이 0.58%로 전월(0.54%)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0.15%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0.05%)은 전월(0.11%) 대비 0.06%포인트 내렸으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72%)은 전월(0.66%) 대비 0.06%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 대출 중에서도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0.69%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24%포인트 상승했다. 2014년 11월(0.72%) 이후 9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를 기록한 상황에서 자영업자 연체율도 급증하고 있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0.75%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월(0.4%)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은 0.27%로 같은 기간 0.01%포인트 올랐다.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은 0.85%로 0.06%포인트 높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은행 연체율은 코로나 장기평균(2010∼2019년 평균 0.78%) 대비 낮은 수준으로 손실 흡수능력도 과거 대비 개선됐다"면서도 "취약 차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채무조정, 연체채권 정리,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