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주지훈, 은색 슈즈 같은 존재감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4. 7. 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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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주지훈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주지훈이 과감하게 망가졌다. 작품을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진 주지훈이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연출 김태곤·제작 CJ ENM STUDIOS 블라드스튜디오, 이하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주지훈은 개봉 소감에 대해 "떨린다. 영화가 정말 재밌었다. 속도도 빠르고, '우왁우왁'하면서 봤다. 팝콘무비로써 가진 매력이 충분했던 것 같다"며 "칸 영화제 상영 때보다 6분이 잘렸다는데 (속도감이) 더 빨라졌을 거다. 연기적으로 늘어진 부분이나 에필로그 같은 부분들이 잘린 거다. 마지막에 나오는 에필로그들이 영화의 흐름을 질질 끄는 것 같다고 해서 좀 편집된 것 같다.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런 내용"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탈출'은 고립된 공항대교에서 탈출한 군사용 실험견들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물이다.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부터, 실험견들인 '에코'까지 모두 CG로 구현됐다.

주지훈은 "완성도 부분에선 할리우드와 비교할 건 아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에선 고퀄리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제작진에게 감사한 부분"이라며 "연기하는 입장에서 안 보이는 건 늘 어렵지만, 굳이 뭐 콕 짚어서 말씀드리면 재난 상황이니까 스릴감과 공포감을 느끼지 않냐. 그 게이지가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걸 맞춰가는 작업들이 힘들었다. 아무리 더미여도 앵글에서 봤을 땐 각자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서 그런 부분들을 시작부터 끝까지 맞춰갔다"고 설명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주지훈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극 중 주지훈이 맡은 레카 기사 조박은 요란한 인물이다. 오로지 자신과 반려견 조디(핀아)의 생존만을 생각하지만, 동시에 미워할 수 없는 기회주의자다. 묵직한 재난물속 분위기를 풀어주는 '쉼표' 역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주지훈은 "(쉼표 역할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영화엔 '톤 앤 매너'가 있으니까 잘못하면 튀지 않냐. '후시 녹음'이라는 기술적 보완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날뛰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조박이) 튀더라. 많이 튀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현장에선 만족스러웠다. 상대 배우들 중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결국 전체를 후시 녹음해서 50% 깎아내리며 전체 톤을 맞췄다"면서도 "튀는 게 맛이다. 은색 슈즈처럼. 제가 감독도 아니고, 제작자가 아니라서 현실을 받아들인다. 제가 이 작품 안에서, 어떤 파트에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면 부족함을 알면서도 해볼 때가 있다. 제가 봤을 땐 그렇게 튀지 않은 느낌이었다. 방지턱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만약 관객분들이 그게 뾰족해서 아팠다고 하신다면 그런 거다.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고, 관객으로서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렇게 느끼신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처음 주지훈의 조박 스틸컷이 공개된 후 일각에선 충격 어린 반응이 쏟아졌다. 탈색한 단발 머리의 조박은 꼬질꼬질하고, 그야말로 양아치스러운(?) 비주얼이었다. 이에 대해 주지훈은 "그냥 필(Feel)이었다. 제가 어릴 때 1990년대 초반 손님 돈을 '슈킹'하는 주유소 직원 형들이 있었다. 학생이 공부를 다 잘할 순 없지만, 학교 안 가고, 그냥 자퇴하거나 그러면서 자아를 표출하고 싶었지만 나이가 어리고, 금전적으로 모자라서 고급 미용실에서 염색 못하고 맥주로 하는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다"며 "그런 모습들로 작품에서 튕겨나갈지, 아니면 스며들 것인지 생각했다. 저희의 결정은 '스며든다'였다. 옷차림 역시 레카 연식을 봤을 때 낡고 오래된 차를 타는 친구가 비싼 옷을 입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주지훈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탈출'은 주지훈에게 있어 그야말로 고생길의 연속이었다. 극 중 조박이 '에코'들을 피해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가는 장면을 위해 주지훈은 187㎝의 몸을 구겨 넣어야 했다.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주지훈은 "작품에 CG가 많은데 왜 그 장면은 실제로 해야 됐는지 의문이다. 저는 (공간을) 반 잘라줄 줄 알았다. 그 조그만 차에 이 큰 몸을 욱여넣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됐다"며 "준비할 때 이미 들어가야 하지 않냐. 들어가서 제 몸을 구겨 넣고 맞춰야 했다. 연기도 해야 하는데 진짜 공간과 앵글로 보는 공간은 다르다. 저는 좁은데 앵글로 볼 땐 각도 때문에 넓어 보인다. 힘들다기 보단 아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장면은 '에코'를 쫓기 위해 조박이 위스키로 화염을 일으키는 이른바 '불쇼' 장면이다. 김태곤 감독에 따르면 당초 해당 장면은 전문 차력사가 대역으로 촬영할 예정이었으나, 현장에서 차력사의 시범을 본 주지훈이 이를 직접 소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지훈은 "호기롭게 하겠다고 했지만 나의 뇌는 무서웠던 것 같다. 그걸 뿜어내는 악력이 제 의지보다 더 했던 것 같다. 불을 멀리 뿜으려고 침샘이 어느 이상으로 열리면서 위스키가 그 부분에 흘러들어 갔고, 염증이 생겨서 고생했다"며 "무서웠다. 근데 무서워도 수가 있나. 제 잘못이다. 제작진은 위험하니까 처음부터 불을 뿜으라고 얘기하진 않았다. 극적인 상황에서 위기를 타파해야 하니까 그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조박은 자기 안위를 꽤나 챙기는 친구인데, 그 친구가 다른 인물들에 동화되고, 동료애가 생기니까 완벽하게 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불을 뿜고, 자기도 놀라고, 다시 이를 악물고 해내고. 저도 진짜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주지훈은 '탈출'을 이끌어가는 주연 배우다. 함께 호흡을 맞춘 또 다른 주연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상 대마 향정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주지훈은 오롯이 혼자 '탈출'의 스포트라이트를 견디게 됐다.

이에 대해 주지훈은 "부담감에 대한 건 없다. 지인이었던 사람으로선 안타깝다. 그게 어떤 일이었더라도"라며 "배우로서는 데뷔부터 늘 주연이었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거웠다. 이 정도 압박감은 늘 있는 일"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이)선균이 형과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둘 다 경력도 오래됐으니 리허설에도 철두철미하고, 막상 '액션'을 했을 때 타이밍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어도 베테랑들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는다"며 "안 좋을 게 없었다. 아저씨들이니까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말하고,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이 자유로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주지훈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다만 주지훈은 지난 2022년 개봉한 영화 '젠틀맨'에 이어 지난해 '비공식작전' 역시 아쉬운 성적표를 기록한 바 있다. 흥행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자 주지훈은 "사실 지난 몇 년간 스코어로 따지면 잘 된 영화들은 손에 꼽는다. 모든 영화계의 고민이다. 흥행이 됐다고 좋은 작품이고, 안 됐다고 나쁜 작품도 아니다. 그렇다고 제가 관객들이 많이 선택하는 작품이 안 좋다는 것은 전혀 아니"라며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고, 생활방식도 바뀌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화를 맞이하는 배우로서 관객이 있어야 저희가 있으니 허투루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관객분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하시고, 싫어하시고, 그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화를 많이 나눈다. 물론 수학이 아니니 정답은 없다.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이 즐겁고, 흥미롭게 볼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지훈은 "저도 대본을 받았을 때 제가 자신이 없거나, 솔직히 재미없었다면 헷갈린다. 마켓이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다국적 플랫폼에 실리면 이곳에선 좀 외면받아도, 다른데선 잘 될 수 있지 않냐. 시장에 통일성이 없으니까 결정해야 되는 입장에선 헷갈릴 때가 많다"며 "그래서 요즘엔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좋았으면 다행인 거고, 예전엔 거절했던 작품들도 저보다 더 전문가이신 감독님이나 작가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본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주지훈은 일각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100% 수용하고 있다. 난 완벽한 배우가 아니라 잘 해낼 수 있을진 모르지만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도전한다. 물론 세상에 100% 좋은 평가는 없다. '나도 저걸 걱정했는데' '이 부분은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말 같지도 않은 조롱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조롱과 비판을 구분하는 능력은 있다"고 인사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주지훈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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