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앞 '찰칵'…사진으로 본 데라우치 조선총독의 경주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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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초대 조선 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1852∼1919)는 1912년 11월 7일 경북 경주에 도착했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최근 일본의 한 온라인경매에 '조선 고(古)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사진첩을 입수해 살펴보니 1912년 11월 경주를 방문한 데라우치 당시 조선총독의 모습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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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우치 다녀간 다음해 총독부 관변단체 '경주고적보존회' 설립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 총독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1852∼1919)는 1912년 11월 7일 경북 경주에 도착했다.
당시 환갑이었던 그는 수행원들과 경주군청, 경찰서 등 곳곳을 둘러봤다.
그간 조선총독부 기록과 언론 기사를 통해 알려졌던 데라우치의 '경주 순시' 모습이 여러 장의 사진으로 확인됐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최근 일본의 한 온라인경매에 '조선 고(古)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사진첩을 입수해 살펴보니 1912년 11월 경주를 방문한 데라우치 당시 조선총독의 모습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첩에는 24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함 관장은 "사진첩 주인은 당시 군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의 원장으로 추정된다"며 "총독의 경주 순시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사진첩을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쪽에는 신라 제29대 왕인 태종무열왕(재위 654∼661) 무덤 앞에서 세워진 국보 '경주 태종무열왕릉비'를 비롯해 불국사, 석굴암 등 경주 일대 문화유산 사진이 담겨 있다.
'에밀레종'으로도 잘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의 옛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사진들은 조선의 예술과 문화에 애정을 쏟은 일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가 소장했던 자료와 비슷하다고 함 관장은 전했다.
사진첩은 데라우치 총독의 경주 방문 당시 행적도 비중 있게 다룬다.
데라우치와 수행원들이 경주 시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경주경찰서를 방문한 모습, 당시 경주군청으로 쓰인 옛 경주 동헌의 일승각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등을 볼 수 있다.
함 관장은 "봉황대 앞 신작로에서 이루어진 환영 사열 등은 이미 알려진 사진이지만, 경주군청에서의 기념사진과 경주경찰서 방문 사진은 처음 본다"고 설명했다.
경주군청 앞 사진은 당대 주요 인사의 행적을 연구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데라우치가 일제 강점기 한반도 통치 방식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점을 고려하면 그의 방문이 경주에 박물관이 들어서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신라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겠다는 명분을 내건 조선총독부 관변 단체 '경주고적보존회'는 데라우치가 경주에 다녀간 다음해인 1913년 5월 설립됐다.
이들이 문화유산을 전시하겠다며 만든 진열관은 경주 최초의 박물관으로 여겨진다.
경주고적보존회 진열관에 있던 소장품은 1926년 문을 연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으로 흡수됐고, 광복 이후에는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이 소장하고 있다.
사진첩은 일제강점기 경주에서 실시된 조사·발굴사업이나 박물관 설립 배경을 파악하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함 관장은 "총독이 직접 경주를 둘러본 다음해 경주고적보존회 설립도 본격화한다"며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져 있던 사실을 한 권의 사진첩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라고 밝혔다.
함 관장은 경주박물관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경북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同) 대학원에서 신라 금관을 비롯한 삼국시대 금속 장신구 분야를 전공한 그는 경주 출신의 박물관 인(人)이기도 하다.
함 관장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의 국립경주박물관이 있기까지 여러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모으는 중"이라며 "지금까지 모은 자료만 약 1천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료를 토대로 '일제강점기 경주의 박물관'을 주제로 한 책을 펴낼 예정이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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